2024-03-29 06:42 (금)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요”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요”
  • 김병기
  • 승인 2017.10.30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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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야간근무라 남보다 먼저 저녁밥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뜨란채 아파트 사거리에 도착하니 아파트 방향 보행자 신호가 막 끝나 자전거를 멈춰 좌측 중앙병원으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이용키로 했다. 맞은편 건널목에 아가씨와 총각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어! 개도 신호를 지키네? 오가는 차량이 없어 그냥 갈 수 있는데 개가 서 있다. 희한한 일이라 휴대폰을 꺼내 찍었다. 화면 터치를 하는데 보행자 신호가 바뀌자 개는 아가씨와 총각 사이로 나란히 건너오고 있었다. 다들 신기한지 개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싱글벙글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는 당당히 총총걸음으로 제 갈 길을 간다.

 쉬는 날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처럼 모였다. 울산에서 일을 마친 친구가 조금 늦게 왔다. 집으로 가려고 하다 친구 얼굴을 보고 싶어 왔다 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마는 술 냄새가 많이 났다. 염려된 마음에 차를 어찌했는지 물으니 적당한 곳에 대놓고 택시를 타고 왔다 한다. 입 바른 한 친구가 거든다. “야! 요즘도 술 먹고 운전하는 사람이 있나.” 얼굴을 붉힌 친구는 내 앞가림은 내가 한다며 오히려 역정을 내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래 우리가 술 먹고 운전할 나이는 아니지,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하는데 뉴스에 개가 말썽이다.

 “검찰은 윤#애를 조사해라. 검찰청을 폭파 한다.” 112신고가 하달됐다. 급히 휴대폰 위치 값인 주소지로 순찰차 출동지령을 내리고, 녹취된 내용을 들으니 말투가 어눌하다. 신고 이력을 살피니 허위 악성 신고자로 등록된 신고번호다. 출동 직원에게 참고토록 했고, 신고자는 허위신고로 입건된 전력이 있는데도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쳐 다시 허위신고로 즉결심판에 회부 됐다. 나이 55살이면 천명을 알고 귀가 순해진다 했건만 아직도 구분을 못 하고 있다니 100세 인생이 맞긴 맞나보다.

 유치원생을 태워 다니는 어린이 통학버스 기사가 지그재그 난폭운전에 불법 유턴을 해 경찰에 단속됐는데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수치가 나왔다 한다. 어린이 4명에 인솔교사도 있었다는데 어린이를 태우고 질주한 기사의 안전불감증에 화가 치민다. 설마 어린이 통학버스를 단속하겠나 하는 비튼 바램에 음주단속을 하지 않아 마음 놓고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학교에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는데 기사분이 이유 없이 역정을 냈는데, 역한 술 냄새가 많이 나 겁이 났다는 딸아이 말을 듣고도 “에이 잘못 맡은 것이지, 나이 든 기사분이, 그것도 버스 운전하는 분이”라고 말 자른 기억이 아프다.

 반려견 1천만 시대를 맞아 반려견과 사람이 공존키 위한 법 개정이 뜨겁다.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항변하는 견주도 문제지만, 어쩌면 우린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하면서 사람이란 허울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개도 불성이 있다”라고 하는데 우린 있는 불성도 모르고 살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불성을 찾느라 동분서주다.

 112신고는 범죄신고로 허위신고는 자기에게 해가 된다 해도 “집에 오다 성희롱을 당했다, 내가 마약을 했다”라는 신고다. 이들을 모아 토론식 집체교육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잠재된 사회 불만으로 술을 먹지 않아도 잠이 오지 않으면 신고하는 이와 우리 개만 생각하는 이에게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당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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