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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또 다른 얼굴… 도시 재생 ①
창업의 또 다른 얼굴… 도시 재생 ①
  • 정원영
  • 승인 2017.10.30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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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교육센터센터장 / PRIME사업단

 “지난해 기준, 세계에서 벤처캐피털 투자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도시는?” 또는 “지난 6월 14일 월 스트리트저널이(WSJ) 선정한 25개 촉망받는 IT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있는 도시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창업이나 IT에 관심 없는 사람도 가장 먼저 떠 올리는 도시가 아무래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산호세(San Jose, California)가 아닐까? 그런데 “트위터(Twitter), 에어비앤비(Airbnb), 우버(Uber), 드롭박스(DropBox), 징가(Zynga) 같은 신흥 IT 기업들이 창업했고, 현재 포진하고 있는 도시는?”이라는 물음에는 좀 난해해지기 시작한다.

 첫 번째 질문의 정답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이다. 지난해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벤처캐피털 자금 유입은 전 세계의 38%인 285억 달러(약 32조 4천억 원)로, 2위인 뉴욕 91억 달러의 3배, 3위인 산호세 67억 달러의 4배이다 (중앙일보, 2017.6.20). 무엇보다 2위 산호세와 3위 뉴욕을 합친 총액의 두 배 이상의 막대한 벤처캐피털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에서 그 시사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의 정답은 ‘샌프란시스코’이다. 월 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25개 촉망받는 IT 스타트업 중 샌프란시스코에 9개, 뉴욕에 4개, 보스턴에 2개가 소재하고 있다(WSJ, 2017.6.14). 참고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2개가 있으며, 아쉽게도 창업에 국가 존망을 걸고 있고 자칭ㆍ타칭 IT 강국인 한국, 일본, 중국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은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 번째 질문의 정답 역시 짐작대로 ‘샌프란시스코’이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우버, 드롭박스, 징가 등은 모두 흔히들 이야기하는 SOMA(South of Market Area) 또는 ‘7x7’에서 창업을 했고, 현재까지 SOMA에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Instagram) 이후, 벤처캐피털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창업의 성지인 팔로알토(Palo Alto)에서 창업했던 핀터레스트(Pinterest)가 샌프란시스코 SOMA로 본사를 이전한 것 역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심도로 중의 하나인 마켓스트리트의 남쪽 지역(South of Market Area) 또는 마켓스트리트의 남쪽 가로 7마일, 세로 7마일 공간에 스타트업들이 밀집돼 있다고 해서 ‘7x7’이라고도 불리워지고 있는 SOMA는 10년 전만 해도 밤에 차를 타고 지나가기도 편치 않은 지역이었다. 지금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밤에는 외지인에게 권할 만큼 치안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브라난스트리트 (Brannan St)를 중심으로 9가(9th Street)부터 2가(2th Street)로 이어지는 주변에 새로 짓거나 과거의 공장을 개축해 모자라는 사무 공간과 주거 공간을 확충함으로써 환경이 점점 개선돼 가고 고급화돼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욱이 샌프란시스코 조세산정국이 지난 7월 20일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세일즈포스타워’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높은 건물로 발표됐고, 이 건물은 현재 SOMA에 짓고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이라는 점에서 SOMA의 미래가치를 예견할 수 있는 한 예라 하겠다.

 지난 2012년 트위터가 시빅센터/유엔프라자 바트(BART)역 앞에 비어 있던 대형건물에 트위터가 세금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바로 옆 건물에 스퀘어, 우버 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이 입주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그 수요에 맞춰 근처에 고급 아파트 개발이 시작됐다. 곧이어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징가와 에어비앤비가 자리를 잡고, 핀터레스트도 팔로알토에서 이전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 부응해 예전에 낡고 버려진 건물들은 매력적인 스타트업 공간으로 변신했고 이제는 열정과 꿈이 넘치는 스타트업들로 넘쳐나고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창업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질문과 함께 ‘도시재생’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의 ‘창업의 또 다른 선순환 기능’을 강조하고 싶다. 홈리스피플과 부랑자들이 넘쳐나던 버려진 지역을 창조와 혁신의 중심지로 변화시킨 원동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창한 프로젝트나 정부주도의 어떤 정책이 아닌 10년 전부터 창업 도시를 만들기 위한 샌프란시스코시 차원에서 창업 서류를 대폭 간소화, 샌프란시스코 포탈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 32개 공공장소에 무료 WI-FI를 설치, 추가적인 세금 혜택 같은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들로 우리 대한민국도 지원을 하고 있는 사항인데, 무엇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가?’ 생각을 해보다 문득 ‘베껴도 알고 제대로 베껴야지!’ 했던 어느 교수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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