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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화훼원예 농가 시름 달랠 ‘향기’가 필요하다
김해 화훼원예 농가 시름 달랠 ‘향기’가 필요하다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7.11.08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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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화훼원예농협 김해시농업기술센터 옛 명성 찾기 안간힘
▲ 영남화훼원예농협 공판장에서 도매상인들이 낙찰된 꽃을 가져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낙찰받은 꽃은 소매상인들에게 유통되고, 소매상인들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청탁금지법 잘못 인식

꽃 소비 못하게 막아

수입ㆍ재활용 꽃 논란

시장 확대 걸림돌 작용

 영남화훼원예농협(이하 원예농협)과 김해시농업기술센터가 김해 화훼원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원예농협의 경우 서울과 경기, 광주 등 대도시 화훼원예농가와 더불어 전국 ‘톱5’ 안에 들어갈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영남권 농가에서 생산되는 화훼를 취급하고 있으며 멀리 제주까지도 조합원들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화훼 소비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탓에 화훼농가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농민들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지난 2015년 제정된 청탁금지법과 재활용꽃사용, 수입꽃 소비, 원예농가의 시설 노후화 등에 있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예농협과 농업기술센터 모두 청탁금지법의 세세한 내용을 국민들이 잘 못 접근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공직을 수행해야 하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되는 법으로, 100만 원 이하 금품수수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동료 사이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 관련성이 없으므로 동료 공직자 등의 승진 또는 전보 등 이유로 5만 원을 초과하는 난과 꽃바구니 등을 선물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승진 축하 등을 위해 5만 원을 초과하는 난과 꽃바구니 등 선물을 하는 상급공직자 등이 위로 및 격려 등의 목적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 이어 직무관련자라 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 원 이하의 난과 꽃바구니 등 선물 역시도 해당 법안에 위배된다. 관련 내용들은 모두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 2호에 명시돼 있다.

 김성관 영남화훼원예농협 조합장은 이와 관련해 “청탁금지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조건 선물을 주고받지 말라’ 이것이 아닌 5만 원 이하의 꽃선물은 관계가 없는데 현재 사람들의 인식이 무조건 하면 안 되는 것으로 박혀 있으니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는 시급히 바로 잡는 것이 좋지 않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성관 조합장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발효되기 시작하면서 화훼시장 매출은 25%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단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원예농협은 공판장이다. 농민들이 재배한 꽃을 도매상들에게 경매를 붙여서 낙찰된 가격에 갖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원예농협은 실상 활기차게 돌아가야 하는 공판장 특유의 분위기에 비해 소비부분에서 예전만큼 재미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침체된 느낌이다.

 원예농협의 이러한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김해시는 화훼농가 생산과 소비촉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지난달 25일 대회의장에서 ‘꽃소비 촉진을 위한 화훼전시회’를 개최하는 노력을 보였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꽃소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리고자 마련된 이 날 행사에서는 많은 농민들이 참여해 “우리 꽃을 많이 사랑해 달라”며 시청을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하루빨리 전환되기를 농민들을 바란 것이다.

 저가 수입꽃ㆍ조화ㆍ재활용 화환 논란

 꽃소비 촉진을 저해시키는 요소는 비단 청탁금지법에서 따른 잘못된 인식뿐 만이 아니다. 원예농협을 비롯한 농민들 역시 청탁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산 꽃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수입꽃의 가격경쟁과 재활용 꽃을 이용한 화환 판매에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 김성관 영남화훼원예농협 조합장은 “청탁금지법 때문에 무조건 꽃선물을 하면 안 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원예농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재활용 꽃이나 조화를 활용한 저가 화환들 역시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관 조합장은 “우루과이 라운드나 한ㆍ미FTA 등 경제개방으로 인해 국내 꽃시세는 절반으로 허락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일본 등을 상대로 수출을 하기는 하지만 세관에서 검역 등을 조금 더 체계적이고 까다롭게 진행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국산꽃의 원가는 5천원가량이다. 그러나 수입꽃의 원가는 3~4천원으로 대략 천원 정도로 차이가 난다. 많은 도ㆍ소매상들이 국산꽃이 훨씬 더 품질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원가부분에서 크게 부담을 느끼는 탓에 사실상 수입산 꽃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현재 화훼농가 규모는 지난 30여 년 당시보다 50%가량 축소됐다. 더욱이 가격마저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된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기술센터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등을 통해 꽃수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계절성을 무시할 수 없는 꽃의 특성상 시즌에 맞춰 수입되는 카네이션과 장미 등 수입꽃이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꽃농가의 타격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더불어 한 번 사용했던 꽃을 재사용하는 문제와 조화(造花) 역시 꽃 소비촉진을 저해시키는 큰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화환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5만 원 이하 저가화환에는 대부분 재활용꽃과 조화가 섞여 있다고 한다. 특히 화환에 사용된 재활용꽃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한국화원협회, 한국절화협회, 한국화훼협회 등 14개 단체에서 이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전지방법원에 해당업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려 화훼농가를 허탈하게 했다. 농민들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물은 신뢰를 바탕으로 주고받는 것인데 재활용 꽃을 사용한 화환이라는 사실을 받는 쪽에서 알게 되면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는 말로 재활용꽃 사용 금지를 촉구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과 관련해 규제실익이 있는지 여부가 먼저 판단돼야 하는 문제다”며 “재활용꽃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 등이 아직 한 건도 발생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법안부터 통과돼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어 “꽃농가에서 이로 인한 피해가 많다는 고충은 이해가 되나, 저가화환을 규제하게 되면 오히려 국산꽃 시장이 위축될 위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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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꽃소비촉진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꽃을 감상하고 있다.

소비자 마음 유혹하는 ‘花術’ 키워 파고 넘어야

눈길 확 잡은 ‘작품’ 개발

기술력ㆍ시스템 등 개발

생산 증대ㆍ다양성 추구

 드넓은 김해평야가 펼쳐진 김해지역은 한때 전국적으로 화훼원예 생산율에 있어서는 견줄 곳이 없을 정도로 뜨르르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지역 특성상 따뜻한 기후와 좋은 토질을 갖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985년 작고한 박해수 씨가 전국 최초로 비닐하우스를 통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이 방법이 화훼농가 생산율에도 크게 기여를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 최대 타이틀을 경기 고양에 빼앗긴 상태다. 경기도 고양은 지난 1997년부터 꽃박람회를 개최해 매년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화훼원예 농가 생산력을 높이고 관광효과까지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부흥을 창출하고 있다.

 화훼원예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고양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다양한 종류의 꽃을 전시했을 뿐 아니라 꽃을 활용한 예술작품과 식품, 각종 부대시설을 구성해 관광객들이 충분히 즐기고 갈 수 있도록 해마다 많은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 ‘꽃소비촉진 전시회’에서는 꽃을 단순히 전시하고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을 뛰어넘어 식용꽃을 활용한 시음회도 함께 열렸다.

 현재 김해 화훼원예 산업이 예전과 같은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에 중점을 두는 방법 말고는 없음을 원예농협과 기술센터가 합치된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소비자들에 달려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점점 더 가속화됨에 따라 외국산 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났고, 단순히 관상용으로 인식되는 꽃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무기들이 필요하다. 더욱이 시대와 기술은 급변하고 있지만, 원예를 생산하는 농가의 기술력과 시스템은 현재도 재래식을 유지하고 있어 이 역시도 골칫거리로 부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기술센터는 제4차산업 부흥에 농업 특히 원예산업이 한 축으로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을 때도 기술이 주도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해농업기술센터 신성기 농산업지원과 원예산업팀장은 “유비쿼터스를 통한 시설 현대화를 고착시키는 방법을 각 농가를 대상으로 장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온도와 습도, 토질 등을 알아서 로봇이 체크해주고 때가 되면 알아서 물을 주는 등 농업도 이제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해야 생산증대는 물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기 팀장에 따르면 무인기술을 적용하면 생산력 증대는 물론 비용절감 등에도 크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종자 로얄티는 해외로 2~3조가량 지불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 화훼부문은 연 10억가량의 로얄티가 해외로 지불되고 있다.

▲ 지역 화훼농가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화훼전에서 김해시청 앞에 국산 꽃으로 만든 3단 화환이 길게 늘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기술센터에서는 최근 꽃을 식품에 착안한 식용꽃 생산과 기술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신성기 팀장은 지난달 26일 김해시청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화차(花茶) 시음회를 포함해 행사를 진행했음을 언급하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그는 “꽃을 관상용이라는 시선에서 탈피하게 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비단 화차 뿐 아닌 꽃으로 담근 술 등을 통한 꽃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구상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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