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06 (금)
호기심과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호기심과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 이유갑
  • 승인 2017.11.09 2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인간에게는 있지만, 동물에게는 없는 두 가지 능력이 있다. 하나는 언어능력이다. 인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영리하다고 알려진 동물인 침팬지도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고, 당연히 글을 사용하지 못한다.

 인간 뇌의 대뇌피질 영역에는 들리는 대로 발음하고 말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언어중추 부위가 꽤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뇌에는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대외피질의 부위가 거의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른 주된 이유는 바로 이 언어능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능력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궁금하면 못 견뎌 하고, 말문이 트일 때쯤이면 ‘왜?’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산다. 그래서 이 시기의 엄마들이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느라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또 이 시기의 아이들을 ‘왜? 박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여름휴가 때 읽었다고 해서 세간에 많이 알려진 ‘명견만리(明見萬里)’ 시리즈의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에 보면 ‘호기심 격차 시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다. 호기심의 차이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호기심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다.

 호기심 덩어리였던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왜 점차 매사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일까? 너무 일찍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소수의 아이들만이 칭찬을 받고 나머지 아이들은 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는 교육환경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성취라도 부모로부터 늘 칭찬받고 격려를 받는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주변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면서 발전해 갈 수 있지만, 그 반대의 아이들은 주눅이 들고 호기심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호기심은 타고난 특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정에서의 부모의 양육 태도와 우리 사회의 교육방식, 그리고 개개인의 내면에 잠재된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열정이다. 열정의 어원은 ‘엔테오스/엔토우스’라는 그리스어로서 ‘en+thos’, 내재(內在)하는 신을 뜻한다. 즉, 내 안에 신을 둔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의 하나가 열정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이다. “해보긴 해봤어?”라고 늘 패기만만하게 도전했던 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열정은 뜨거움이다. 진정으로 원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이기에 열망과도 통하는 말이다. 열정의 반대말은 뜨뜻미지근함이다. 뜨거운 것도 아니고, 차가운 것도 아니기에 그야말로 어중간한 상태이다.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가려는 에너지로 가득 찬 사람에게는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국가의 미래를 걸고 이뤄지는 경쟁의 열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의 세상은 경쟁에서 한 번 뒤지면 앞선 나라를 영원히 따라잡기 어렵고, 또 경쟁에서 이긴 나라가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무서운 시대이다.

 따라서, 호기심과 열정의 격차가 우리의 삶과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대명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의 교육방식과 교육의 내용으로는 미래의 주역들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소신 있게 자신의 앞날을 만들어 가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도 수년 전부터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교육의 기본 목표를 바꾸면서 새로운 교육의 방식을 도입했다.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교육제도와 사회 전체 시스템의 대전환을 이뤄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