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0:07 (수)
자연과 말하고 성찰할 때 삶은 풍요로워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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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11.09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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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진영 시인 ‘은 종’
▲ 은 종 시인은 매일 주남저수지로 간다. 그곳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매일 주남저수지 ‘출근’

풍경 보면서 감성 자극

일주일마다 부모 찾아가

마사지로 애틋한 정 쏟아

2집 ‘물방울 위를 걷다’

지난달 출간 기념 ‘만남’

 시인 ‘은 종’은 은은한 종소리 같은 시어로 세상을 살며시 여미기를 바란다. 그의 본명은 김종순(51)이다. 이름이 순박하고 약간 촌스러워서 은 종으로 불리기를 바랐을까. 그는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면서 은 종에 더 귀를 기울였으리라. 어릴 적 새벽 교회 종소리가 남겨준 아련한 추억은 마음속에서 시어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었을 터. 엄마 품같이 포근한 느낌을 선사하는 종소리는 그에게 시의 텃밭을 일구는 쟁기와도 같다. 은 종의 시 ‘꿈결에서’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유년의 수첩을 여는 순간, 잠결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어릴 때부터 시를 썼어요. 시를 쓴다는 것은 나의 삶을 그려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행위가 친숙한 동작이 됐지요.” 김해 진영에 사는 은 종은 매일 주남저수지로 ‘출근’한다. 출근은 시인에게 필요한 자기 절제의 행위다. 주남저수지를 산책하면서 자연을 만나 대화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받는다. 자연에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댈수록 그는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창조주의 원음을 듣는다. 주남저수지의 저녁노을은 매일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를 그는 시인의 감성으로 느낄 수 있다. 석양이 가슴팍에 설움을 던져놓고 휑하니 사라질 때, 은 종은 마음에 시 한 줄을 새기며 내일을 다시 맞을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은 종에게 시는 상상력에 옷을 입혀 내놓는 글이다.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시에는 구석구석 온기가 배어있다. 시인이 고독하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성찰의 눈으로 더 깊은 마음속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가 여러 시에서 연민의 정서를 뿜어낼 수 있는 이유는 따뜻한 시선을 품고 있어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불던 하모니카 소리가 감성을 자극하고 모든 가족이 가졌던 음악적 소양은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진한 선율을 남겼다. 오래전부터 배태한 감성과 선율이 모이고 엮어져 요즘 시에서 자신의 색깔로 드러나고 있다.
 

▲ 은 종 시인이 지난달 22일 진영 중앙교회에서 2집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은 종이 참석한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 시집 첫 장에 인사말을 쓰고 있다.

(…) 열병처럼 / 제 몸 뭉텅 잘라 / 뿌리째 부여잡고서라도 함께 있고 싶은 몸무림이었다면 / 남은 숨결은 / 떠나버린 분신을 기다리는 맥박이었을까요 / 바람인 내레이터가 푸른 시선으로 / 숲의 전설을 훑고 있는데 / 회항하듯 / 날아온 새 한 마리 / 그루터기에 풀썩, 주저앉고 맙니다(밑동이 되기까지-아낌없이 주는 나무)

 시인의 복합적인 상상력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밑동이 된 사과나무의 숨결에서 분신을 기다리는 맥박을 찾아낸다. 아무런 쓸모없는 밑동에 돌아온 새가 풀썩 주저앉는 장면에서 놀라운 성찰의 끝단을 보여준다.

 “자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삶에서 질서를 찾을 수 있어요. 실타래처럼 얽힌 삶에서는 공허감이 진동할 수밖에 없지요.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꼭 글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자연을 보고 경외감을 품을 수 있는 마음 자세만 있어도 행복의 순도는 올라가겠지요.” 은 종은 모두가 시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절절하다. 그는 매일 시를 쓴다. 무수한 시 구절이 머리를 채우고 또 흘러넘치면 종이 위에 옮긴다. 그 시간은 삶을 다시 한 번 더 엮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 시로 매일 삶을 그려나가는 삶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감정을 즉흥 연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은 종은 시를 끊임없이 뽑아내면서 공부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음지에서 기를 뿜어내야 하기 때문에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은 공부라는 딱딱한 과정에서 나온다. 이 과정도 생각을 부드럽게 하면 행복한 작업이다. 은 종은 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힘을 기른다.

▲ 1집 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 표지.

 그는 “지난달에 출간한 시집 2집 ‘물방울 위를 걷다’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세계와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애틋한 마음을 더 잘 드러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기교를 잘 부릴 줄 몰라 부족함을 느꼈지요”라며 겸손의 손짓을 한다. 은 종은 좋은 학습태도를 견지할수록 행복의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더 많이 길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지난달 22일 진영 중앙교회에서 2집 시집 출간을 기념해 ‘시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사유하고, 자신 삶을 조율하듯 쓰는 습관을 쌓으면 마음 귀가 밝아진다”며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심리상담사로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누구보다 뛰어난 공감능력의 촉을 세우면 많은 사람이 마음 치유를 받고 행복한 미소를 되찾는다.

 은 종은 “시를 쓰면서 언어예술의 묘미를 더 느낄수록 자연의 소중함과 부모 사랑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며 “자기성찰의 눈길을 바깥으로 돌리면 자연 앞에 더 겸허할 수 있고 부모님의 은혜를 표현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은 종은 일주일의 마감을 깨달음의 실천으로 채운다. 주말이면 동생과 함께 부모님이 사는 함안에 내려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정성껏 부모님께 발 마사지를 하면서 온전한 공감 대화를 나눈다. 자연은 은 종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베풀면서 극진한 섬김까지 일러줬다. 은 종에게 자연은 부모이고 부모가 자연이다. “부모에게 온 정성을 다해 섬길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원초적인 기쁨이 샘솟는다”는 은종은 “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사랑이다”고 말한다.

 은 종은 다음 달 말까지 ‘성시(聖時)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자연과 부모에게서 받은 공감의 날실과 씨실을 가지고 창조주를 향한 영적인 시편을 엮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한 줄기 빛을 분산시켜 수백 개의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보석처럼, 세상의 무덤덤한 한 빛을 여러 갈래로 은은하게 비추는 시인의 삶을 살고 싶어요”라며 은 종은 ‘물방울 위를 걷다 3’ 마지막 구절을 읊조린다.

▲ 2집 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 표지.

“내 영혼 촉촉이 적시는 날

하늘우물에

한 방울, 맑은 물빛이라면 어떠하랴”

▶은 종 시인 약력

ㆍ함안에서 출생

ㆍ창원대 독어독문학과, 경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ㆍ신문예 신인상(2015년) 등단

ㆍ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독서지도, 심리상담사로 활동

ㆍ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2016년) 발간

ㆍ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2017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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