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53 (금)
적패의 늪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적패의 늪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 김선필
  • 승인 2017.11.12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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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필 시인ㆍ칼럼니스트

 KTX 열차 안에서 펜을 들었다.

 펼쳐진 들판과 산은 무구하고 변함없건만 오늘 시시각각 들려오는 저 무망의 소리들은 여전히 귓전을 어지럽히고 있다.

 가을은 깊어 황금빛 들녘은 수확의 기쁨으로 들뜬 농부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넘쳐흘러야 하건만 고고한 정적을 유지하는 KTX 열차 안에서 필자만이 펜을 움직이고 있어 유난스럽지만 깊은 상념은 깨어날 줄 모르고 현 시국의 시름에 젖게 만든다.

 그 무엇도 위안 삼을 수 없는 괴이한 현실은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고 있음을 정작 아는지 모르는지와 날이 새면 오늘은 어느 누가 피의자로, 또한 사람의 죄인으로 검찰에 불려 가는지가 세간의 초점이 된 작금의 현실이다.

 또 어떤 인사가 검찰 수사 목전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속 300㎞ 무서운 속도로 들판을 질주하는 괴물 안에 몸을 실은 나.

 때때로 시커먼 암흑 속 무저갱의 터널은 그나마 잠시라도 망각의 그늘을 만들어 준다.

 대한민국! 참으로 희한한 나라이다.

 저 북녘땅 개성공단 우리 국민들 재산을 누가 알세라 가림막 쳐놓고 몰래 가동하는 도둑님들 입만 열면 그네들이 옳고 모든 것이 정당한 듯 떠들어 대면서 어찌해 남의 재산을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가로채 돌리고 있었단 말인가.

 이율배반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그들에게 슬그머니 전기를 공급해주는 더 나쁜 무리들이 있으니 그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적(敵)을 이롭게 하고 도와주는 죄(罪)는 우리 형법상 여적죄(餘滴罪)로서 처벌은 오직 하나 사형(死刑)밖에 없다.

 그런 엄중한 죄(罪)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해명도 이유도 밝히지 않는 뻔뻔한 무리들.

 우리 국민들… 민초들은 무엇인가.

 그들 그 잘난 사람 앞에 힘없는 민초들은 어떤 존재의 의미로 다가오는지.

 법(法)에도 없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마저 상실한 오늘, 구속 수사 6개월 만기 도래 후 다시 재구속 시키는 유례가 없는 야만적 법 집행이 이 땅에 자행되고 있는데 양심과 학문의 잣대는 모두 어디로 숨었나.

 수많은 법학자들, 정의를 외치는 정치인들.

 검, 판사 나으리들 다 무엇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건 아니다. 적어도 기본과 양심 도의와 정의가 상실돼진 작금의 현실, 진정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며 법의 잣대에 의해 죄의 유무(有無)를 묻고 판결에 의해 처벌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 근거마저 상실(喪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6개월 연장 구속 아무리 이현령비현령 이라지만 상식과 도리(道理)를 넘어선 처사이다.

 전직 대통령이지만 연약한 여자를 굳이 철창에 가둔 채 재판해야만 할까? 옛 진나라 2세 황제 호해 집권 시 간신 조고의 위록지마(位祿止馬)가 새삼 떠오른다.

 환관인 간신 조고가 황제 앞에서 신하들을 세워놓고 ‘사슴’을 ‘말’이라고 한 ‘위록지마’ 신하들은 분명히 사슴이지만 간신 조고의 권력과 후환이 두려워 ‘말’이라고 답했던… 결국 그 진나라는 시황 ‘정’에 이어 30여 년의 짧은 흔적을 남기고 멸망했던 역사의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적패(籍牌)라는 단어에 의해 지난 것들을 들춰내 현재의 잣대에 의해 과거로 회귀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대한민국 38선 넘어 북녘 동포들은 굶주림과 핍박에 신음하건만, 아랑곳 않고 핵과 전쟁 준비에만 광분하는 김정은 집단을 마주한 우리들.

 한 술 더 떠 중국은 호시탐탐 대국굴기로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말이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대한민국이 돼선 결코 안 된다.

 정적들에 의해 27년간 옥(獄)살이를 마치고 나온 넬슨 만델라 그는 상처투성이 남아공화국 대통령이 돼 그가 당한 과거의 정치 보복을 화해와 관용으로 포용하는 대탕평 대화합의 상생 정치를 단행해 남아공화국을 진정한 안정국가로 탈바꿈했으며 현재까지 최고의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대관용 대화합의 정신으로 사소한 것들은 용서하고 받아들여 모두 한 마음으로 지난 것은 잊고 이 순간부터 참된 개혁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적패(籍牌)는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못하는 것이야말로 적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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