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9:21 (금)
부모ㆍ자식 교육갈등 해결 방안은
부모ㆍ자식 교육갈등 해결 방안은
  • 이영숙
  • 승인 2017.11.13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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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담쟁이 가족상담 부모교육 연구소 소장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농부들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자식 키우듯 노심초사 애간장을 녹이게 된다.

 봄에 파종을 하고 여름을 지나 어느덧 수확을 끝낸 들녘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내려앉았다. 농사 중에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다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고 책임감 있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끝이 없는 노심초사가 부모 삶의 일부다. 그 고단함을 채워주는 것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함께 하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아이들과는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며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걸까?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의 역할이 시작됐고 그 막중함을 기꺼이 수용한 부모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할을 완벽히 잘 해낼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쓴 책임감을 자녀와 또는 자기 자신과 좌충우돌하며 함께 성장해 간다. 부모교육을 하다 보면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유아기나 아동기의 자녀를 둔 부모를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좀 더 진즉에 부모 교육을 들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 걸 후회의 순간이 떠올라 아쉽다는 하소연을 한다.

 끔찍한 아동학대를 뉴스로 접하면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운전을 할 수 있듯 일정 시간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후에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 자녀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각 가정의 책임인 동시에 사회의 사명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에나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걱정했고 요즘 어린 것들 큰일이라며 혀를 내두르는 게 최신 유행어다. 그러나 어른들의 걱정을 들었던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도 어른으로 성장해서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저절로 큰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예측 불허이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의 일탈과 폭력성에 점점 무기력해져 가고 있다.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학교의 선생님들까지도 말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며 우리의 아이들을 보듬어 가르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서로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급급하고 경쟁에 내몰린 사회 구조에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누굴 탓하겠는가? 그렇다고 멍하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는 누가 나서야 할 때인가? 최근 경남의 여러 지역에서 교육청과 시의회가 연계하고 뜻이 있는 마을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행복학교 만들기가 시작됐다. 교과에만 매달렸던 아이들이 각종 체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주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체험을 통해 웃음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토닥거려서 돌려보낸 가정에서 부모와 부딪혀 또다시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드러내는 문제를 아이들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내가 부모교육에 마음을 내는 몇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다. 그래서 제안한다. 부모교육이 지속적 장기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사람의 생각을 바꿔 바뀐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양육하며 애간장이 녹지 않는 부모는 없다. 힘들이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도 없다. 다만 애간장을 녹일 듯 힘이 든 만큼 그 애씀이 자녀에게 제대로 전달되게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사회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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