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하얗기만 할 것 같은 오후의 햇살
길게 몸을 숙인 채
베란다에 서성이고
창문틀에 얇게 남은 따스한 잔볕으로
가방 속, 젖은 시간을 펴 말린다
취익취거리는 압력밥솥 소리
허기는 어느새 턱을 괴고 앉았고
무거워진 저녁을 밀고 쫓아온 피곤
하얀 쌀밥 냄새로 달래본다
창문 밖
하나 둘씩 켜지는 기억
어깨 너머 세상을 바라보았고
이제 길었던 하루
툭툭 털어낸다
평설
자연은 누구에게나 큰 감흥으로 다가온다. 절제된 시어 속에서 서정의 멋을 찾는다. 그게 자신과의 대화이고 믿음이다. 시는 설명을 하지 않기에 군더더기를 감추는 매력이 있다. <안태봉 시인>
시인 약력
ㆍ 부산출생
ㆍ ‘시와수필’ 등단
ㆍ 신서정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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