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1:22 (토)
“산 타며 느끼는 한마음, 전우애보다 강하죠”
“산 타며 느끼는 한마음, 전우애보다 강하죠”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7.11.19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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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동호회- 김해시산악연맹
▲ 지난 18일 오전 월출산 천황봉으로 간 A코스 대원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행자체를 즐기고 있는 회원들의 표정이 밝다. 오른쪽 세 번째 김경수 회장.

각 클럽 최대 6천여명 회원

일 년에 한번 산행대회 치러 화합

특정클럽 소속 아니라도 누구나 동행

혼자 하는 산행보다 단체산행 권유

 “산이 허락하는 사람만이 산을 타는 것이죠. 등산은 절대로 욕심부리면 안 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항상 기억하면서 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김경수 김해시산악연맹 회장이 산을 타기 전 회원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 중 하나다. 목표지점인 정상에만 집착하다 자칫 대형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말이다. 지난 18일 이른 아침, 김해산악연맹 소속 클럽 중 하나인 해밀산악회는 정남 영암에 위치한 월출산으로 가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이들의 목표지점은 월출산의 명물이라고 알려진 구름다리와 천황봉이다.

 김해시산악연맹은 13여 년 전에 발족된 곳이다. 각 클럽을 아우르는 연맹자체보다는 무려 30여 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클럽도 있다. 연맹에서 클럽이 파생된 것이 아닌 클럽과 클럽이 모여 하나의 연맹이 된 것으로 현재 기준 회원 수는 약 2만여 명가량에 달하고 있으며 각 클럽마다 최소 2~30여 명에서 최대 6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흔한 산악회도 있지만 암벽등반이나 해외원정을 전문으로 하는 알파인 클럽도 있고 산행대회도 일 년에 한 번씩 연다. 특히 산행대외에서는 장비점검, 행동식, 산행 이론 등 시험을 거친다.

▲ 구름다리로 간 B코스 대원들. 자칫 초보자들이 길을 잃을까 혹은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베테랑 회원들이 서로의 길이 돼주고 있었다.

 김해시산악연맹 가입은 제한이 없다. 산행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회원들 중에서는 부부가 함께 클럽에 가입해 산행을 자주 한다고 한다. 김 회장의 경우에도 아내와 산행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날은 아내가 선약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부부간 ‘전우애’가 생겨난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가입된 회원 중 그 자녀를 대동해 함께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앞둔 커플도 함께 산행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특정한 클럽에 소속돼 있다 하더라도 다른 클럽으로의 합류도 제한받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의 경우 가락산악회 소속이지만 이날은 해밀산악회에 합류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산을 탄다든지, 일정이 자신과 잘 맞는다든지 등의 요건이 충분히 부합되면 다른 클럽으로의 합류도 제한받지 않는다. 이어 별도의 레슨비나 정기적인 회비도 필요 없다. 산행 당일 참가비 2~3만 원 정도만 지급하면 된다.

 산악연맹의 산행은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50여 명이나 되는 회원들은 버스 안에서 각자가 싸가지고 온 과일이나 사탕 등 간식을 동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마치 회원들과 정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처음 산행을 떠난 초보자들에게도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살뜰하게 챙겨줬다.

 이날 해밀산악회의 월출산 산행코스는 A와 B코스로 나눠져 있었다. A코스는 초보자보다는 중ㆍ상급 베테랑 회원들이 많이 떠나기로 한 코스로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이며 경포대를 지나 바람재, 천황봉 정상, 사자봉, 구름다리, 천황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B코스는 산을 많이 타보지 않은 초보자나 A코스를 타기 여의치 않은 회원들을 생각해 준비한 코스로 산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며 천왕주차장을 기점으로 구름다리와 바람폭포를 완주하는 코스다.

 월출산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회원들은 주차장에서 일제 몸을 풀기 시작하는 것으로 산행준비를 한다. 산행대장의 구령에 맞춰 전신을 간단히 스트레칭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월출산의 빨간 단풍색만큼이나 산행에 대한 열정이 피어올랐다. 사전에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산행을 하게 되면 골절이나 관절, 인대, 근육 등이 놀랄 수 있고 심장마비 등 더 큰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날 월출산 A코스로 떠나는 회원은 총 30여 명이다. 길을 떠나는 회원들은 서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기를 격려했다. 김 회장 역시도 “서로 목적지까지 잘 다녀오도록 하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발생되지 않게 최선을 다합시다”라며 산행을 떠났다. 떠나는 김 회장의 뒷모습에서 듬직함과 우직함이 느껴졌다.

▲ 김경수 김해시산악연맹 회장은 “산은 산이 허락한 사람만이 타는 것이고, 절대로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B코스를 떠나는 회원들은 20여 명이다. 이들 중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들도 있었다. 한 여성 회원은 “나는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산행을 하고 나서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개운하고 상쾌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원 역시 “혼자 가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산행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 산은 정말 혼자 타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산행을 할 때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낙엽이 많이 져 있는 길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낙엽 때문에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평하게 다져진 바윗길로 다니는 것이 좋고 중간중간 쉬면서 경치도 구경하며 물을 마시거나 간단한 간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어 술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자칫 술기운에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아이젠을 착용한 채 오르는 것이 좋고 되도록 등산스틱을 손에 쥐고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권유된다. 날카로운 바위에 손을 헛짚으면 피부가 상처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스크나 워머 등으로 입을 가리는 것으로 흙먼지를 덜 마시는 것이 좋고 자신의 몸 상태나 컨디션에 맞게 천천히 산을 오르는 것이 권유된다. 특히 산행을 할 때는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좋다. 이유는 산을 오르는 데만 급급해 정신이 혼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 역시도 중요한데 자칫 장비를 잊어먹고 챙겨오지 않은 회원들에게 산행경험이 많은 회원들이 자신의 장비를 빌려주는 훈훈함을 보였다.

 산행을 처음으로 하는 초보자들이 타기 좋은 경남도내 산은 어떤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김해에는 무척산, 신어산, 불모산 등이 가장 좋습니다. 산행을 하고 싶다 해서 무조건 남들 다 가는 험한 산부터 타는 것은 초보자들에게는 굉장히 좋지 않아요. 초보자들은 일단 난이도가 높지 않는 산을 시작으로 서서히 단계를 올리는 것이 좋고, 고가의 장비보다는 좋은 장비를 중심으로 구급약이나 행동식 등을 챙겨가는 것은 필수입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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