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9:57 (목)
독서는 생활이다. 그리고 미래다.
독서는 생활이다. 그리고 미래다.
  • 김숙현
  • 승인 2017.11.21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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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은 너무도 익숙한 말이다. 지혜로웠던 우리 조상님들은 가을이면 농사를 끝내고 수확한 풍요로움과 여유로움 속에 그동안 미뤄졌던 독서를 즐겼을 것이다. 생물은 씨앗으로 봄을 기다리고 동물들은 식량을 비축해 겨울잠을 자고 사람은 월동준비를 했으니 현인은 독서에 더욱 힘쓰자는 구호 같기도 하다.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명언들은 차고도 넘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CEO인 빌게이츠에게 “당신은 초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갖고 싶은가?”라고 질문했더니 책을 빨리 읽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이내 독서 관련 명언 반열에 올랐다. 중국 당나라 천재 시인 이백과 함께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두보는 “남아는 다섯 두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들은 본인의 서재를 ‘시공을 초월한 탐험 공간’이고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세계’라고 하며 ‘책은 작가들이 보내는 대화로의 초대장’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은 곳은 없다.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다시 한번 독서가 강조되고 있다. 독서가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나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비교과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때,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봉사, 동아리 활동 및 독서 활동 등의 수치화 되지 않은 환경적인 요소를 반영해 미래 가능성을 평가하는 적성평가에 무게감이 실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과 영역 관련 세부 특기 사항에도 심화학습과 확장학습을 통한 학습역량과 잠재력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를 통한 사고 활동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독서가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다만 잊고 있을 뿐이다. 좋은 줄 알고 읽으려고 하지만 바빠서 또는 잘 읽혀지지 않아서 못 읽을 뿐이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많이 읽어라. 많은 책을 읽지는 마라”고 한 로마의 박물학자 C.폴리니우스의 말을 새겨보면 무작정 많은 책을 읽지 말고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내면화하라는 뜻으로 짐작된다.

 대한민국에 다독 열풍이 불었다.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와 같이 책을 읽고 좋은 글귀를 소개하고 독후감을 쓴 책들까지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독자는 그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구매해 읽는 연쇄적 독서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늘 가까이하고 즐기는 사람은 문제가 없다. 다만, 책이 가깝고도 먼 그림의 떡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독서를 이어가고 생활화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유행을 따르고 열풍에 동원되려니 어렵고 힘든 일이 되는 것이다.

 독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더구나 책을 읽는 일을 과시용이나 자랑거리로 삼을 일은 더욱이 아니다. 그러니 책을 몇 권 읽었느냐가 중요할 수 없다. 한 줄을 읽더라도 사유하며 그 뜻을 새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반향을 일으킬 때 독서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고 읽기 전과 다른 변화가 없다면, 그저 많은 책을 읽어 내용만 이해하고 읽었다는 사실에만 집착한다면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없고 글자 읽는 능력만 향상시키는 훈련에 불과하다.

 독서는 생활이다. 그리고 미래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정화하고 정서를 함양해 현대인들의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인물을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어 사회 적응력을 기르고 작가는 물론 인물들과의 대화를 하며 소통 능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독서 과정은 삶의 체험이며 시공을 초월해 현대에 만나 볼 수 없는 선현을 만나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흘러간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하면서 상상력을 기를 수도 있다.

 책 읽기를 너무도 싫어하거나 책 읽기가 부담스럽거나 바빠서 책 읽기에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에게 ‘슬로우 리딩’을 권하고 싶다. 한권의 책을 선택했다면 목차의 목록을 기준으로 하든지 책의 장수를 단위로 하든지 조금씩 읽는 방법이다. 여러 번 곱씹어 천천히 읽어서 한 달이 걸려도 제대로 한 권을 읽고 나면 독서에 대한 여유와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책 읽는 맛을 알고 나면 책을 즐기게 되고 그 즐거움은 생활 속에 깊게 파고들어 내면과 정신에 빛을 줄 것이다.

 정조 이산은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다. “독서는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니 참으로 정밀히 살피고 밝게 분변해 심신으로 체득하지 않는다면 날마다 수레 다섯 대에 실을 분량을 암송한다 한들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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