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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침해 아직 심각… ‘임신 중단권’ 필요하다
여성 인권 침해 아직 심각… ‘임신 중단권’ 필요하다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7.11.2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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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단체 김해여성회
▲ 김상희 김해여성회장은 “낙태죄 폐지는 물론 가정폭력 등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사안들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치 않은 임신ㆍ출산땐

주변인까지 고통 안겨

남성도 벌 받는 대안 마련

12주 내 중단 ‘미프진’ 도입

피해 여성 ‘쉼터’ 내모는 것 부당

김상희 회장 “임신 결정권 본인에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낙태법 폐지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등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양성평등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김해여성회에서도 현재 낙태죄 폐지는 큰 이슈 중 하나다. 자기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국가가 인정해줘야 옳다는 것이다. 더욱이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큰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여성회에서는 강조하고 나섰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주체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이것을 어려워해요. 그러니까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는 것이죠.” 김상희 김해여성회장은 현재 낙태죄 폐지는 물론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등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 더 커지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여성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나서 불합리함을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은폐하거나 숨기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더 크게 발전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몇십 년 전과 비교를 해보면 여성 인권과 관련한 많은 것들이 개선되고 발전된 것은 사실이다. 낙태죄 폐지만 보더라도 과거 남성들은 ‘여성들의 차림새가 단정하고 조신하면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였으나, 현재는 법안 폐지와 관련해 대다수 남성들 역시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중 일부는 ‘왜 여성들만 처벌하도록 하느냐, 남성들도 같이 처벌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53년 당시 형법에 낙태죄를 제정했다. 형법 제269조1항에 의거하면 낙태를 한 여성과 그것을 도와준 의사 등에 한 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정됐을 당시 이 법은 사문화된 법으로 실제로 처벌 사례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누구도 임신중절이 법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처벌 대상은 중절을 행한 여성과 이것을 동조한 의사들에 한해서다.

▲ 김해여성회는 지난 15일 인제대학교 탐진관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임신ㆍ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왜 낙폐?’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0년 의사들끼리 서로를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됐다. 그것은 바로 낙태 시술을 한 의사 3명을 동료 의사들이 고발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산부인과 의사들은 불법 낙태근절을 선언한 상태였는데 고발당한 동료 의사 3명이 선언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임신중절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의사들 사이에서 ‘낙태 논쟁’을 이어나갔고, 이명박 정권에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낙태 문제 해결을 표명했다. 그 결과, 정부는 낙태 단속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내게 됐다. 김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낙태에 동조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 등 내용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여성회는 낙태라는 표현 대신 ‘임신중단권’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김 회장은 이 말의 뜻을 두고 여성 스스로가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프랑스와 중국 등 60여 개국의 나라에서 처방되고 있는 낙태약 ‘미프진’ 도입이 절실함을 언급했다.

 “미프진은 임신 12주 내에 복용하면 임신중단이 되는 약으로 많은 나라에서 이 약을 먹고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 이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은 이 약이 도입되고 나서 의사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단계가 있을 테니 우선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임신중절 약은 아니지만 한때 사후피임약 도입과 관련해서도 장기간 논란이 지속됐다. 사후피임약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질 것이다”는 의견을 보였고,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당사자에게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결국 사후피임약은 도입이 됐지만 복지부는 의사 처방에 한 해 복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낙태죄가 완전 폐지될 수 없다면 임신을 하게끔 만든 남성들도 함께 처벌 대상이 돼야 함을 언급했다. 현행법상 남성들 처벌 사례가 전무하고, 낙태법 자체가 모순을 띠고 있어 오히려 남성들이 여성들을 범죄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례로 설명했다.

▲ 김해여성회에서 ‘임신ㆍ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여성 인권’에 대한 강연을 통해 낙태죄 폐지 및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임신중절로 인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성을 상대로 일부 남성들이 낙태를 한 사실을 경찰에 알려 벌 받게 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을 하는 등 실제로 무서운 일이 발생된 사례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남성들도 함께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 발언과 더불어 김 회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역시 가해자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것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 상당수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쉼터’로 안내되고 있는 부조리함을 이야기했다. 또한 데이트폭력을 그냥 지나치면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가정폭력 등 큰 범죄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경찰이나 여성단체 등에 알려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집은 부부의 생활 공동 장소라는 사실을 많은 여성들이 알면서도 가해자 남편이 무서워 그냥 피하려고만 하는 심리가 강한 것 같아요. 이제는 가정폭력을 행한 남성들을 주거지에서 시급히 퇴거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이 시행돼야 합니다. 김해여성회에서는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은 물론 상담을 통한 대안 모색도 하고 있어요. 의료비 지원과 긴급생계자금 등도 김해시와 연계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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