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6:37 (토)
‘복싱 김해’ 명성 잇는 젊은 선수들 “훈련이 즐겁다”
‘복싱 김해’ 명성 잇는 젊은 선수들 “훈련이 즐겁다”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7.11.26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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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동호회 김해시복싱협회
▲ 장주영 김해시복싱협회장은 “옛날부터 우수한 복싱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며 “고교 복싱부가 조성되는데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복싱 전성기’ 1976년 발족

전ㆍ현직 선수 ~ 일반인까지

“고교생 유망주 빨리 키워야”

전국 유일무이 복싱 링 갖춰

 바람이 제법 차가운 지난 22일 저녁. 김해시복싱협회 소속 회원들이 내지르는 고함소리가 김해 체육관을 벗어나 바깥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회원들 중 일부는 거울을 보며 줄넘기를 하거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는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무리지어 잡기놀이를 하는 듯 천장에 걸어놓은 샌드백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통과하며 달렸다. 체육관 안을 망아지처럼 달리던 아이들이 코치들의 부름에 그 앞으로 모여들었다. 숨은 헐떡이고 있었지만, 누구도 함부로 주저앉지 않았다.

 “훈련이라기보다는 그냥 와서 놀고 가는 거예요. 놀면서 훈련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가죠. 옛날처럼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키다가는 큰일 나요.” 김민수 김해복싱협회 전무는 힘든 기색 없이 묵묵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회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12년 동안 복싱선수로 성장하며 도민체전 등에서 우승 상패를 다수 받은 전력이 있는 그는 누가 봐도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다부진 체구를 자랑하고 있었다. 운동을 한 전력 덕분에 그는 현재 김해시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으며, 복싱협회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미래 복싱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까지 병행하고 있다.

 김해시복싱협회는 지난 1976년에 발족해 수백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이며, 초등학생부터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들은 물론, 전ㆍ현직 선수들도 대거 가입돼 있다.

▲ 김해체육관은 전국 통틀어 유일무이하게 복싱 링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복싱은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크레타 섬과 이집트 등에서는 두 남성이 주먹을 쥔 채로 복싱하는 장면이 그려진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복싱은 두 사람이 가장 공평하게 겨룰 수 있는 스포츠다. 라이트플라이급부터 슈퍼헤비급까지 여러 체급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체급에 맞는 상대와 절대적으로 겨룰 수 있다. 이어 한 경기에 5명의 심판이 채점을 하고, 링 위에 쓰러진 선수가 카운트다운 셋을 셀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면 서 있는 선수를 우승으로 확정하는 깔끔한 승패방식을 띠고 있어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스포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김해시복싱협회는 우리나라에서 복싱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과 함께해 왔다. 지금이야 로드FC나 UFC, K-1 등 복싱에서 파생된 격투 스포츠가 유행을 띠면서 복싱의 선호도는 과거보다 낮아진 추세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건강을 챙기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변함없기에 협회는 현재도 기량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나아가 국격까지 높아지게 하자는데 크게 주안점을 두고 있다.

 “김해는 옛날부터 복싱을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어요. 전국적으로 김해복싱협회라고 하면 두말 안 할 정도로 명문으로 치고 있습니다. 전국생활체육대회를 협회에서 주관을 하기도 하는데, 개최할 때마다 전국적으로 많은 인원들이 몰리니까 우리 선에서 컷을 시킬 정도지요.” 장주영 김해시복싱협회장의 눈빛에서 말투까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체육관 한 가운데 조성돼 있는 커다란 링을 가리키며 “체육관에 복싱 링을 저렇게 정식으로 갖추고 있는 곳은 김해체육관이 유일합니다. 우수한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시의 위상을 높여주는 덕 아니겠습니까.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전직 선수들을 코치로 두고 있다는 것 또한 타 지역 복싱협회와 비교하면 굉장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장 회장에 따르면 협회에 소속된 코치는 서동신 부회장을 비롯해 총 9여 명가량이다. 장유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구 전 선수 역시 협회 소속이며, 한국 슈퍼라이트급 복싱 챔피언 김동희 선수도 협회에서 키운 복싱선수다.

 이렇듯 크고 작은 대회에서 승승장구한 선수들을 대거 배출한 복싱협회지만, 고등부 선수를 유망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분성초와 대곡ㆍ분성ㆍ김해서ㆍ구산중 등 초ㆍ중학교 복싱부가 마련돼 있어 크게 어려운 점이 없지만, 선수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야 할 고교 복싱부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 회장은 “분성초와 대곡중 복싱부에서는 전국체전에 나가 우승한 사례들이 많아 김해시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 했는데, 문제는 고교 복싱부 자체가 전무하다보니 이 아이들을 우리가 힘들게 키워놓으면 끝까지 데리고 있지 못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복싱을 계속 하고 싶은 아이들이 결국은 김해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해 복싱부에서 뛰거나 체육고 등에 진학하는 등 그 아이들도 상당한 어려움과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고교 복싱 유망주들이 김해에서 계속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김해시 관련 부서를 비롯한 고교 관계자들을 만나 복싱부가 창단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바라며 발품을 팔고 있다. 협회가 가지고 있는 자긍심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복싱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꿈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 협회에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복싱 꿈나무 정지후 선수(분성초, 왼쪽)와 장지민 선수(분성여고, 오른쪽)가 샌드백 앞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장 회장의 이러한 뜻이 통했던 탓인지 현재 협회에는 분성여고에 재학 중인 장지민 학생이 격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이제 겨우 복싱을 안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챔피언벨트를 착용하는 꿈을 꾸고 있는 분성초 정지후 학생 또한 고사리 같은 손에 무거운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두 학생을 바라보는 장 회장은 그나마 복싱협회의 미래가 암담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듯 했다.

 “부모들이 자식들 운동시키는 것을 겁내고 있어요. 싸움만 하려 들까봐. 그러나 운동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 것은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절제력과 인내력, 지구력 등이 생겨서 정신건강에 굉장히 좋아요. 더욱이 복싱은 전신을 탄탄하게 해주고, 근력 강화에도 굉장한 도움이 되는 스포츠예요. 기본적인 예절은 필수로 가르치고요. 거칠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칠지 않는 스포츠. 그것이 바로 복싱의 진정한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김해시복싱협회는 복싱을 할 줄 몰라도 즐기기 원하는 누구라도 환영한다는 의사를 적극 표시했다. 아울러 복싱에 매력에 푹 빠진 꿈나무들의 선전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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