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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남도를 갖고 노나…
롯데, 경남도를 갖고 노나…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03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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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일제가 조선을 강제병합한 후 처음 맞이한 새해 1911년 1월 1일, 교토(京都) 히노데신문(日出新聞)은 부록으로 조선쌍육(雙六) 놀이를 발행했다. 아이들 놀잇감으로 조선을 갖고 놀도록 만든 것이다. 식민사관 주입과 대외침략 정당화를 위한 것과는 본질이 다를지라도 롯데도 20년에 걸친 꼼수로 경남도를 갖고 놀고 있다.

 계획한 김해관광단지는커녕, ‘돈’이 되는 아울렛 몰 등 유통단지 확장에 우선, 도민 기대는 물거품이 된 상태다. 명칭도 ‘관광’은 온데간데없다. 은근슬쩍 ‘김해관광유통단지’에서 ‘유통단지’로 불린다. 롯데의 놀이판이 된 김해관광유통단지는 당초 지난 1996년 착공, 1998년 준공키로 했지만, 무려 15차례에 걸친 실시ㆍ개발계획 변경으로 롯데 입맛대로 재단되면서 당초 국내는 물론, 해외관광객까지 겨냥한 관광단지 조성이 아울렛단지로 바뀐 격이 됐다. 도가 봐주는 것으로 의심이 들 정도다.

 농수산물센터, 아울렛, 물류센터와 아울렛 증축 등 돈이 되는 1, 2단계만 준공한 상태다. 3단계 테마파크와 호텔, 콘도, 스포츠센터 등 6개 시설물(시설면적 17만 4천978㎡) 공사는 내년 12월 준공이지만 공정률은 고작 4%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 680억 원에 달하는 강제 이행금의 부과 하루 전, 착공하는 등 롯데 꼼수는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문제는 착공 후 경남도가 15차례나 실시ㆍ개발계획 변경을 승인해 주는 바람에 당초 계획과는 달리 아울렛단지로 변해가는 꼴이다.

 이 같은 놀이판에도 늑장 공사는 테마파크를 백지화하고 아울렛 몰 확장을 위해 또다시 계획을 변경하려는 꼼수가 드러났다. 곧, 돈이 되는 아울렛 몰은 증축을 반면, 당초 계획한 테마파크(실내) 사업은 백지화를 위해 변경키로 하는 등 지난 1996년 경남도와 당초 협약한 ‘관광부흥’을 위한 경남관광발전 계획은 안중에도 없다. 지난달 13일 경남지사 권한대행과 김해시장은 김해관광유통단지의 빠른 사업추진을 요구했지만, 롯데쇼핑 측은 “아울렛은 부대시설 연계가 어려워 확장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실내테마파크는 없어지고 있다”, “7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며 사업변경의 재검토(테마파크 백지화)를 요구했다. 앞서, 롯데는 경남도가 착공지연에 따른 680억 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하루 전인 지난해 9월 8일 착공해 비난을 산 바 있다.

 또 경남도는 롯데에 대해 20차례에 걸쳐 공사착공, 조기완공 등 셀프공문에 그쳤다. 이 때문에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은 김해시 장유면 일원 약 88만㎡에 지난 1996년 착공 1998년 완공을 계획했지만, 경남도가 봐주는 것인지, 롯데가 갖고 노는 것이지, 이달 현재까지 엉망진창이다.

 절대농지를 헐값에 매입, 현재 수조원대의 황금 땅으로 바뀐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챙기면서, 관광단지를 위한 테마파크 재검토는 350만 경남도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또 20년을 끌고 온 후, 또다시 시간을 끌어 롯데 의도대로 계획을 변경하려는 술수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사 권한대행, 김해시장, 롯데쇼핑 대표가 조속추진을 위한 명분으로 자리했지만, 테마파크 백지화를 꺼낸 것 자체가 의도적이다. ‘돈이 안 된다’며 테마파크를 백지화하려면, 개발이익의 공적투자 또는 반환해야 하는 게 순리다. 계획대로라면 테마파크는 북새통을 이뤘을 곳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중심에 우뚝 섰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은 겉치레였을 뿐 검은 속은 아울렛 등 유통단지인 게 드러났다. 물론, 계획변경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롯데가 본질이 전도된 물레질 즉, 꼼수로 이익만 취하려는 것에 도민은 분개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롯데가 ‘김해시에 수영장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테마파크 재검토(백지화)’를 요구했다니, 도민을 핫바지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치도 없지만, 롯데 집안에 소재한 수영장을 미끼로 테마파크 대신, 아울렛을 짓겠다는 ‘꼼수’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1911년 새해 첫날, 조선이 한갓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씁쓸함과 분노가 일지만, 역사를 잊으면 다시 누군가의 손에서 놀아나는 놀이판이 될지도 모르듯, 경남은 롯데 놀이터가 아니다. 따라서 롯데는 더 이상, 경남도와 도민들을 갖고 놀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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