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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면 왜 소금 얻어오라 할까?
오줌싸면 왜 소금 얻어오라 할까?
  • 송종복
  • 승인 2017.12.0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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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오줌싸개에게 소금 얻어 오라는 역사는 알 수가 없다. 이는 오랜 경험에서 온 것으로 본다. 누구나 어릴 때에 한 번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누어 이불에 지도를 그릴 때가 있다. 아침에 어머니가 이불을 치우다 보면 밤에 오줌을 누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는 오줌을 누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키(箕:기- 경상도 사투리로 체이)를 머리에 덮어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엄마 시키는 대로 한다. 이때 이웃집 아줌마는 ‘너 간밤에 오줌 쌌지’ 하면서 창피를 주고는 엉덩이를 치면서 소금을 준다. 이럴 줄 모르고 간 아이는 창피를 맛보고는 긴장해서 다시는 오줌을 싸지 않는다. 또한 심리적으로는 안 싸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오줌싸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에 나오는 소금의 활용을 보면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 견훤이 치열한 싸움을 하는데 소금의 일화가 나온다. 견훤은 지렁이의 화신인데 지렁이는 소금을 뿌리면 죽는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 외도 집안을 정화할 때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런 풍습이 일본까지 건너가서 그들은 ‘스모(씨름)’를 할 때 선수들이 먼저 소금부터 뿌리고 경기를 하는 것도 우리 풍속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이 소금을 안 먹으면 헛배가 불러오고, 온몸이 누렇게 팅팅 붓는 부황에 걸린다. 흉년이 들었을 때 나라에서 가장 먼저 나눠 주는 것이 소금과 장(醬)이다. 조선의 4대 세종대왕께서도 밤늦도록 책을 보다 피곤하면 소금물을 마셨다는 설이 있다. 따라서 적당한 소금의 섭취로 건강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허약한 체질을 강하게 하기 위해 소금을 얻어오라는 것이다.

 키(箕:기)는 곡식의 돌이나 쭉정이를 골라내는 농기구이다. 이 키를 머리에 씌우는 것은 알곡만 골라내는 키처럼 좋은 곡식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 다시는 오줌을 싸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밀가루, 곡식, 콩도 많은데 왜 소금을 얻어 오라 한 것은 소금은 부패를 막아 주고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믿어, 아이가 그 소금 기운을 받아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방에서는 소금과 소변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소금의 짠맛은 오행(五行)의 수(水)에 해당하며, 수의 장기인 신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물과 소금은 인체의 비뇨생식기의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한 필수물질로 본다. 사람도 엄마 뱃속에서 잉태돼 일정량의 소금을 함유한 양수(羊水) 속에서 자란다. 비뇨생식기 기능에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소금이기 때문이다.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는 몸이 허약해 악운이 온다고 해 이를 물리치고 건강을 찾기 위해 소금을 이용한다. 요즘도 악운을 물리치기 위해 가정에는 대문간에, 상가는 출입구에, 무당은 푸닥거리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이런 풍속이 잡귀나 재수 없는 사람은 오지 말라는 이유로 대문밖에 뿌리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그 소금을 보는 순간 내가 재수 없는 사람인가 하면서 그 집을 저주하며 원망한다. 대문 밖 소금으로 하여금 도리어 재앙을 덮어쓰는 꼴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는 소금 뿌리기를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며, 자기 위주의 사회로 가지나 않을까 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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