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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 은 종
  • 승인 2017.12.04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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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종 시인ㆍ독서지도사ㆍ심리상담사

 사계절의 변화 중, 마음 기온이 오르는 때가 있다면, 바로 12월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큰 건물의 벽이나 실내를 장식하는 성탄절 장식이 동심을 자극해 유년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날씨가 유난스럽게 추워지면 밤사이 흰 눈이 펑펑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이 들 때까지 창문을 열어보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특히 성탄절을 맞이하는 설렘은 온 가족, 온 마을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바꿔놓는 기쁨까지 안겨다 준다. 성탄전야 발표회 준비하느라 밤마다 예배당에는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어 연극, 찬양, 성구 암송 등을 연습하느라 분주했었던 것 같다. 실내의 분위기를 맞추려 크리스마스트리에 각양 장식물들을 만들어 달던 장면들이 마인드맵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새벽 송(Christmas eve song)을 하는 날, 이미 소복하게 쌓인 눈 때문에 아버지의 등에 업혀 동네 한 바퀴를 돌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아버지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노라면 하얀 눈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마치 군대 행진곡 같이 들려, 꼬마가 느끼기에는 차라리 웅장함이 만들어내는 엄숙함 속의 고요라고 해야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표현을 가미하면, 거기서 세상의 광활함을 느꼈었고 질서와 화합, 그리고 희망을 배웠었다. 깊은 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아카펠라 음성은 잠자는 이들을 깨우는 평화와 희망의 소리였다. 부모님은 성탄절을 기해서 독거노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미리 정해 두었다가 곡식과 과일을 선물하셨는데, 그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따뜻하게 느껴졌었다. 주는 이의 행복, 그리고 충만함, 그것은 베푸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축복과 같은 것이리라. 해마다 다가오는 12월이지만, 성탄절 절기를 감상하는 태도는 거의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1843년에 발표됐었던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펼쳐보면서 성탄절이 주는 메시지, 특히 그 시대 속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교훈을 얻고자 한다. 당시 영국의 노동자 계급의 삶은 늘 궁핍했고, 그중에서도 방치된 어린이들의 모습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빈곤과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목격하면서 찰스디킨스는 교육만이 이들을 살리는 길이라 여겨, 어린이 빈민 교육을 지지하고 사회계몽 차원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산업혁명이 한창인 시기인지라, ‘저임금 장시간’의 근무 때문에 가난한 자들과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휴식할 수 있는 날은 안식일이었는데, 디킨스는 이런 제도가 상류층이 하류층을 통제하려는 종교적 수단으로 보고, 그 모순됨을 꼬집었다. 그래서 소설 속에 구두쇠 영감인, 스크루지라는 인물과 유령의 대화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상류층의 이기심, 자만, 악의 등을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이 출현 된 후, 노동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사기가 진작됐고 가진 자들의 의식이 일깨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나름대로 피력했는데,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좋은 때로, 인정 많고, 관대하고, 자선을 실천하는 유쾌한 때로, 길고 긴 일 년의 달력 가운데서도 내가 아는 한,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모두가 꽉 닫힌 마음을 솔직하게 열고, 자신들보다 못한 사람들을 다른 길을 가는 전혀 다른 피조물이 아니라 정말로 함께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 동지처럼 느끼는 유일한 때”라고 묘사했다. 때때로 올바르지 못한 사회적 통념을 깨는 일은, 의식 있는 작가가 해낼 수 있는 영역임도 알 수 있다. 지구 곳곳에 성탄절 이브의 행사가 전통과 관습이 돼 있고, 그 속에서 희망을 널리 알리게 했던 디킨스의 역할이 교회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볼 때,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성탄절이 주는 뜻깊은 의미가 뭔지를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산타할아버지의 등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선물에 대한 집착으로 동심에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현실적이고 이타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베푸는 모습,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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