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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안 지연 처리에도 ‘빛나는 업적’
국회, 예산안 지연 처리에도 ‘빛나는 업적’
  • 이대형 서울지사 정치부장
  • 승인 2017.12.0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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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형 서울지사 정치부장

 여야 정치권이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며 예산안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이로써 국회는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지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헌법에서 정한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이 기간 여야 정치권은 국민을 무시하면서 빛나는 업적 두 가지를 달성했다.

 하나는 국민의 대표로서 민생 관련 법안은 적체해 놓고 의원 보좌진 300명 증원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의원 세비 인상안(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2.6% 인상)을 일사천리로 셀프 인상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월평균 세비(1천149만 원) 중 일반수당이 월평균 646만 원에서 663만 원으로 올랐다. 세비 인상은 20대 국회 개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내건 ‘세비 동결’ 약속이 깨지는 동시에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권이 셀프 세비 인상까지 하면서 국민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는지 궁금하다. 양심(?)있는 일부 의원들은 국민저항을 우려한 나머지 인상분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참으로 소도 웃을 일이다.

 또 국회의원에게 8급 비서 1명씩 총 300명의 공무원을 늘리는 법률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의원 1인당 보좌진은 7명에서 8명으로 늘어난다. 물론 개정안은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둔 상태다. 각 의원실에는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ㆍ7ㆍ9급 비서와 인턴 비서 2명을 둘 수 있고, 그들에 대한 급여는 국회사무처에서 지원한다. 이 역시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 들어간다. 보좌진 1명이 늘어나면 연간 67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다.

 내세우는 명분은 내년부터 인턴 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의원 1인당 현재 2명까지 둘 수 있는 행정 인턴이 한꺼번에 그만두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행정 인턴을 1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명은 8급 공무원으로 전환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8급 신설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비춰진 국회 이미지는 언제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보좌진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욕을 버는 것이고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보좌진 역시 숙명이라 여기고 감수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국회 보좌진의 현실에 대해서 소상히 밝히고 설득하고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비난 일변도만은 아니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보좌진 정원은 과연 몇 명이 적당할까? 지난 2000년 이전까지는 5명, 2000년에 6명(4급 1명 증원), 2010년에 7명(5급 1명 증원)으로 구성됐다. 아니 15명도 부족할 거다. 기초의원인 시군구의원, 광역의원들은 보좌진 1명 없어도 능력껏 일만 잘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일하는 구조로 만들면 보좌진을 지금 수보다 줄여도 된다. 국회의원들은 정치 행위에 매몰돼 여기저기 다니기 바쁘고 일은 보좌진에게 시키려고 하니 허구한 날 보좌진 부족 타령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국회의원회관에 들어가서 자리 지키고 열심히 일하는 보좌진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보좌진 수 늘리지 말고 의원들이 직접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럴 힘이나 의지가 없다면 당장 사퇴하라. 현재의 보좌진 숫자로도 열심히 의원 생활이 가능한 대체요원들은 넘치고 넘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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