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16 (토)
파사현정을 교육계에서 새긴다면
파사현정을 교육계에서 새긴다면
  • 김숙현
  • 승인 2017.12.18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인데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고 교수신문이 발표했다. 시국을 생각하자면 미루어 짐작되는 바 있고 충분히 와 닿는 사자성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겨 볼 뜻깊은 말이다. ‘파사현정’이란 사자성어를 접하는 순간 필자는 우리 교육계의 최근 뉴스가 떠올랐다.

 서울 한복판 어느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이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전학을 줄줄이 가고 있다는 뉴스이다. 자녀를 타 학교로 옮기는 많은 부모들은 “다문화 아이 많아 싫어요”라고 말했고, 속내는 공부에 불이익과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은 다문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란 법이 없으므로 다문화 밀집 지역 학교의 ‘게토’(소수 인종이나 종교집단이 외부와 격리돼 거주하는 지역)화가 우려된다.

 글로벌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는 21세기에 밖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안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나라와 사회의 건전성은 그 나라의 교육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교육,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시대정신과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은 다문화 가정이란 이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백인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 하고 했던가. 백인 다문화 가정이 많은 곳이라면 과연 이렇게 교육에 불이익이 있다는 말로 전학을 했을까. 주로 동남아 쪽 결혼 이주민의 가정을 다문화 가정이라 인식하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협한 생각과 고정관념으로 이질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의 편견이 잘못된 현상을 만들어낼 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 이주민이 많아지고 산업 연수생들의 정착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났으며 그 2세가 안고 있는 문제가 우리 아이에게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만들어 낸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구멍 난 자리를 채워준 그들로 인해 사회가 움직이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기여에는 눈감고 나눠야 할 짐은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완전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고 우리 자녀가 살아갈 미래에 희망이 싹트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고 어려움도 있으며 삐걱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럴수록 함께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문화 학생은 두 개의 언어와 문화라는 남다른 자산을 가진 미래 인적자원”이라고 말한 원진숙 서울교대 다문화교육원장(국어교육과 교수)의 말처럼 미래 사회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산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을 받는 첫해에 자신이 배정받은 학교가 아닌 다문화 가정의 친구를 피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간 것을 훗날 자녀가 알게 된다면 과연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때 ‘아메리카 드림’을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몰려든 미국은 다문화를 미국이란 큰 용광로에 녹여 미국인으로 재탄생시켰고, 캐나다는 다문화를 모두 존중해 각계의 문화를 살려줌으로써 많은 문화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캐나다로 발전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다문화가 공존했음을 찾아볼 수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울산항을 통해 아라비아인들과 무역을 했고, 신라의 향가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 또한 아라비아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려 시대 북방에서 이주해온 이주민도 있었다. 뛰어난 활솜씨와 말타기로 그들의 재주를 살려 다양한 직업을 가졌으며 조선 시대에 와서는 그들을 정착시키려고 노력했고, 세종 시대에 ‘백정’이란 이름을 내렸다. 온갖 차별을 받으면서 다양한 직업에서 재능을 발휘했던 그들의 피를 물려받은 오늘날 우리이기에 순수혈통 한민족이 아닌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많은 다문화가 역사 속에 유입돼 왔다. ‘바다’라는 말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해 ‘바다’라고 한다. 글로벌 시대의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전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 당국은 전출된 아이들의 숫자를 학교에 채워 넣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부모교육과 사회적 인식 교육을 통해 잘못된 이 현상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의 걱정과 염려를 불식시킬만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지원정책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돼야 할 교육이 바로 ‘인식 전환’이다.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파사현정’을 다 함께 새기고 애써 이뤄야 할 것이다. 그래서 큰 바다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