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41 (금)
송구영신과 올해의 말 말 말
송구영신과 올해의 말 말 말
  • 원종하
  • 승인 2017.12.20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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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ㆍ금연교육연구소 소장ㆍ객원 논설위원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12월 연말이 다가오면 송년회와 올해의 말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반성해 보고 또 다가올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져본다.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올해의 12월 달력은 공허한 빨강 날이 있다. 몇 년 동안 12월에 했던 대선을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5월에 조기 대선을 실시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의 첫출발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강경대응, 중국의 사드보복과 문재인 대통령 방중 등 국내 및 국제적으로 숨 가쁘게 지내온 시간이었다. 물론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중대차하고 향후에 미칠 파장이 커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들이다. 물론 그동안 중하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7년은 우리의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사건들이 많았으며 사후 관리가 필요한 시간들이다.

 연말이 되면 그동안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한 친구들이나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송년회라는 하나의 의식을 치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최근 빅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니 송년회가 과거보다는 조금 변화된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더 증가하고 있고, 술보다는 맛집이나 파티 룸 등에서 하는 것이 더 증가했다고 한다. 과거의 흥청망청 스타일의 분위기와 “부어라 마셔라”하는 정서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직장 상사만의 송년회가 있긴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스트레스를 받는 어려운 자리는 피하고 편한 사람들과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송년회를 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랑 어디에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낼까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가족, 연인, 친구 등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이제 송년회가 그동안 공식적인 회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개인적인 모임으로 변하면 더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말에 꼭 등장하는 것이 올해의 말이다. 교수신문이 지난 2001년부터 전국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의 말’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거나 희망을 담은 내용들이 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됐다. 2017년에는 2012년에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에 선정된 바가 있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여러 번 선정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어두운 곳이 많으며 정의롭지 못한 사회임을 암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 재조산하(再造山河) 등도 올해의 사자성어에 최종후보로 올랐다. 직장인들은 다사다망(多事多忙)을 뽑아 개인의 바쁨을 표현했고, 취업준비생들은 마른 나무와 불기 없는 재를 나타내는 고목사회(枯木死灰)를 선정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고 힘든 개인의 처지를 표현한 것 같다. 말은 우리 인간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형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 영혼을 밖으로 표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말은 많아도 탈이고 적어도 문제가 된다. 너무 많으면 홍수 때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쓸 말이 없고 너무 적으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길이 없어 오해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말은 행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차라리 말 없음이 훨씬 더 좋을 때가 있다.

 2018년에는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쏟아내는 말의 홍수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의 뜻을 가진 교언영색(巧言令色)은 말을 경계하라는 의미의 사자성어이다. 교언, 즉 말 잘하는 솜씨, 솜씨 있는 말, 번지르르한 말을 좋지 않게 표현한 것이다.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진정함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 더 구체적으로 좋은 말은 충실함이 담긴 충(忠), 믿음이 있는 신(信), 신중함이 있는 신(愼), 예의를 갖추는 예(禮), 옳음을 이야기하는 의(義) 등 5가지로 꼽을 수 있다. 스스로 행할 수 없을 때는 침묵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2018년 새해에는 공허한 말로 말을 만들지 않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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