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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차악이 아닌 선택이 되려면…
창업, 차악이 아닌 선택이 되려면…
  • 정원영
  • 승인 2017.12.25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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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인제대학교 교수 창업교육센터센터장 / PRIME사업단

 지진으로 연기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무사히 치러졌고, 이제는 본격적인 대학지원과 면접이 한창이다. 요새 회자되는 ‘성공적인 대학진학의 3대 요건은 할아버지의 재력, 어머니의 정보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당사자인 학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난달 말에 의생명헬스케어 관련 기업페어에 참석하게 됐다. 우연찮게도 같은 테이블에 동석한 두 분의 자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입시로 흘러갔다. 순간 ‘아! 우리 둘째 아이도 올해 대학에 지원을 하지!’라는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나도 수험생을 둔 학부형이었던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난 최소한 ‘성공적인 대학진학의 3대 요소’ 중 한 가지는 갖춘 학부형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렇게 된 데는 우리 가족의 상황이 기인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나만 혼자 한국에 나와 사는 흔히 이야기하는 ‘기러기 아빠’인 탓에 미국과 한국의 시스템이 왕왕 헷갈릴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입학에 관해서는 미국의 모든 주가 비슷하지만,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주는 12월까지 원하는 대학에 지원을 하고, 빠르면 그 해 12월 말에 조기입학허가서(early admission)를 받고 늦어도 다음 해 4월에 입학허가서를 받게 된다. 이때, 12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으로만 지원을 하고 입학이 결정되지만, 입학이 됐다고 12학년 2학기를 마냥 놀았다가는 평균학점(GPA)이 나빠 입학이 취소되기도 한다. 대학진학을 위한 공인시험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SAT와 ACT가 그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1년에 한 번 날짜를 정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니고 학생들 스스로가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요구되는 과목과 시험일정을 선택해 SAT, SATII 그리고 지원 학교에 따라 ACT를 치르게 된다. 시험은 주로 토요일에 치르고, 횟수 역시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본인에게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올 때까지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예측 못 한 사고들로 인한 학생의 피해를 최소한 줄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입학시험에 관련돼 항상 의아했던 점은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OECD 국가 하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국민들이 이 중대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가가 관장하는 것을 용인할까?” 하는 것과 교육도 서비스인데 “대학 수학능력평가 시험으로 인해 발생되는 학생들의 피해는 왜 묵인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는가?”이다. 이번 지진으로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연기를 결정했을 때, ‘원전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처럼 ‘대학수학능력평가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여 주고 피해를 최소화해 이 나라 교육의 백년대계를 더욱 공고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록 늦었지만, 최근 김상곤 부총리의 ‘수학능력시험 연 2회 검토 (2017년 12월 15일 중앙일보)’는 최소화 교육의 주체인 학생을 그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듯해 반길만하고 거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목표를 세워 이뤄나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때로는 일단 행동하고 체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미래를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특히 교육을 담당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이기에 더욱 그런 면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창업 역시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다행히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역량을 키워나간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창업이 더 이상 차악이 아닌 선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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