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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주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나
2017년 12월 26일 (화)
김숙현 7618700@kndaily.com
   
▲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크리스마스 기념 이벤트를 계획한 딸 덕에 캐리어 대신 손가방에 짐을 싸고 간단한 여행 준비를 했다. 직업상 시간이 자유롭지 않아 여행을 자주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국제적 관광명소인 가까운 부산 해운대를 가곤한다. 호텔사이트에서 방을 예약하고 각자 책 몇 권과 카메라를 챙겨 나서면서 단골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샀다. 기상이변으로 공항에서 노숙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짧고 가까운 나의 여행도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며 날씨마저 좋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차 안에서 모처럼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허리 수술을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볼 예정이라고 한다. 이 좋은 연휴에 수술하는 바람에 온 식구들의 스케줄이 엉켰다며 병실에서 특집영화나 봐야겠다는 친구와의 통화를 끝내고 여행을 즐기던 친구의 처지가 안타까워 만감이 교차하며 ‘여행’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다.

 여행은 가출과는 달라 집을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므로 여행은 목적성이 있고 그 목적성은 다양하다. 비즈니스를 위한 여행, 관광을 위한 여행, 친목을 위한 여행, 연구나 탐사를 위한 여행, 공연이나 행사를 위한 여행, 휴식을 위한 힐링 여행 또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하기 위한 여행, 자아 성찰을 위한 여행 등 요즘은 이런 목적성만큼이나 여행지도 다양해지고 그 여행지 또한 광범위해져서 지구 곳곳이 여행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여행’을 테마로 하는 TV 프로그램 또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수아 클로로의 작품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책으로 출판되고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주인공 꾸뻬씨는 정신과 의사이다. 정신질환자를 상대하며 타인의 행복을 도모하지만 사실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친구를 만나고 옛 연인을 만나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지만, 잘 극복해 자아가 성숙해지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결국 행복이 무엇인지 찾게 돼 지금의 연인에게 구혼한다. 꾸뻬씨의 여행은 이 외에도 사랑 여행, 우정 여행, 시간 여행, 인생 여행으로 이어져 책으로 출판됐다.

 그럼, 우린 주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화려한 등산복 차림으로 세계 각지를 누비고 세계 문화유산에 낙서를 하거나 유적지를 함부로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아무 데나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비행기 내 소동을 부리고 해서 무례함을 만천하에 고하는 여행 아닌 여행을 해 왔던 모습을 자각하며 동시에 무엇을 위해 여행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했으면 한다. 국토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있어 여행이 어려웠고 그나마 대륙으로 연결된 북쪽은 가로막혀 있어 해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던 우리 민족에게 해외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덕에 해외여행이 잦아지고 중국과의 국교가 원활해지면서 더욱 자연스러워지면서 썰물처럼 나갔다가 돌아오고 어딘가에 가기 위해 하는 여행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경제적 수준만큼 여행의 질 또한 높이고 한국인의 품격을 높여 국격 또한 높여야 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기치 않은 기상 악화로 운항이 지연되거나 결항된 일로 해 소중한 여행이 일그러져 매우 안타깝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해해 잘 해결되길 바라며 곧 다가오는 연말연시 연휴 여행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를 기행 하며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풀 수 있는 해결 방법을 그의 여행지인 인도에서 인도사람들에게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문열의 ‘시인’을 읽고, ‘티파니에서 아침’과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딸과 함께 보며 그동안 ‘공부’라는 과제 때문에 못 했던 깊은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근거리에서 봐왔던 내 딸이지만 낯설 정도로 원거리에 있는 실체도 느끼며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행이기에 가능했다. 멀지 않은 가까운 여행, 우리 땅과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 또한 나쁘지 않은 여행이란 점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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