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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향기
2017년 12월 27일 (수)
한승범 7618700@kndaily.com
   
▲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자살로 2017년 연말이 뒤숭숭하다. 종현의 유서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고 향기가 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아름다운 청년의 죽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유서 중 유독 눈길이 가는 구절이 있었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굳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살에는 묘한 향기가 있다. 이 향기는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는 노인을 죽음으로 유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면서 몇 번쯤은 자살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위의 자살 국가이다. 이 통계는 “대한민국보다 불평등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는 없다”고 자주 인용된다. 이런 말들에는 ‘자살의 향기’를 담고 있어 무섭기까지 하다.

 5년 전 필자는 생애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업계 1위를 하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무너지며 최빈곤층으로 전락했다. 빚이 10억이 넘어가고 살 집도 없는 처지가 됐다. 당시에 하위 0.1% 안에 드는 빈곤층이었다. 당시 아들은 학원비는 고사하고, 고등학교 등록금도 못 내는 처지가 됐다. 1천원에 썩은 야채와 과일 상자를 사서 먹으며 연명했다.

 건강은 더욱 안 좋았다. 몸무게가 120㎏이 넘는 초고도비만이었다. 거의 모든 형태의 성인병(생활습관병)을 가지고 있었고, 작은 병 하나라도 걸리면 치료도 못 받고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매일 밤 ‘괜찮냐’고 물었다. 남편이 행여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가족에게 생명보험금조차 남길 수 없는 처지여서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가난하고,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필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은 것은 바로 정신적 안정이었다. 정신적 안정은 복식호흡이라고도 불리는 단전호흡에서 왔다. 현대의학에서 질병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단전호흡과 명상이 스트레스와 불면증 그리고 우울증을 없애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6개월 만에 45㎏을 감량하며 완벽하게 건강을 되찾았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사, 운동으로 상위 1% 안에 드는 체력과 건강을 가졌다. 그리고 세상에서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평판관리 분야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지적능력도 탁월하게 좋아져 이런저런 시험에도 합격하고, 2~3일에 책 한 권을 읽을 정도가 됐다. 수년간 다이어트, 건강, 뇌과학, 우울증, 행복에 관련된 수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읽고 연구했다. 여기서 얻는 자살에 관한 작은 통찰을 나누고자 한다.

 45㎏의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건강도 회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필자가 남다른 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다이어트, 건강, 뇌과학, 우울증, 행복이란 것은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의지는 방해가 될 뿐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가히 세계 최고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살과 연관된 키워드는 ‘우울증’이다. 자살자 대부분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고 그래서 정신분석적 접근이 이뤄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복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예수와 부처는 행복은 사랑과 자비에서 온다고 말했다. 행복에 관한 명언도 대체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물질적 하부구조가 정신적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우울증에 대입시키면 어떻게 될까? 하부구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행복은 육체의 ‘어떤’ 조건하에서 온다. 일광욕을 하고, 복식호흡을 하고, 야채를 많이 먹고, 자주 웃고,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바로 그 ‘어떤’ 조건이다. 이런 삶은 당장에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이 행복하지 않고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이유가 의외로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에 있을 수 있다. 현대인은 햇살을 의도적으로 피해 비타민D 합성을 막고, 탄수화물과 당을 과다 섭취하고, 항생제를 과다 복용해 장을 혹사시킨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뇌의 염증반응을 일으켜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간질,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우울증과 같은 뇌 질환을 유발한다고 한다.

 행복과 우울의 근본적인 원인이 상부구조(마음)가 아닌 하부구조(몸)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냥 햇살이 나오면 옷을 벗고, 지나친 탄수화물과 당을 멀리하고,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고, 복식호흡만 한다면 ‘나만 불행하다’란 착각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살이 저절로 빠져 멋진 몸매를 갖고, 높은 수준의 지적능력을 되찾는 것은 덤이다.

 선조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다. (Better a live coward than a dead hero) 개똥 냄새가 자살의 향기보다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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