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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살을 살아내기
2018년 01월 01일 (월)
이영조 7618700@kndaily.com
   
▲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현대 과학을 동원해야 100살을 살게 된다고 하는데 미래가 아닌 현재 거창에 사시는 114살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 그분을 뵈면서 인간 수명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됐다.

 요즘 시대 3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흔한 암도 걸리지 않았고 그분의 건강상태는 흔히 말하는 A급이었다. 허리도 꼿꼿하게 펴고 걸음걸이도 힘이 느껴진다. 아침마다 당신 키만 한 대나무 빗자루로 집 앞 도로도 쓸고 논, 밭일, 며느리 일손도 도와주고 있다. 치아가 소실된 것 말고는 114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그분의 건강비결로 보이는 것은 무리하지 않는 거였다. 홀로된 며느리가 일상처럼 하는 일들을 조금도 망설임 없이 도와주지만 일이 힘에 부치면 손에서 일을 놓으시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바람처럼 사라져 집안에서 쉼을 즐기신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갓난아기들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하는데 이분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게 아니라 그것을 잘 관리 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기억력도 사고능력도 언어표현까지도 정확한 그분은 육체와 정신적인 면에서도 건강한 게 틀림없어 보인다. 짐작하건대 그분은 앞으로 10년 이상은 너끈히 더 사실 것처럼 보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형의 스트레스는 육체가 아닌 정신에 가해지지만 그것이 뇌와 마음의 작용을 일으켜 신체에 질병을 만든다.

 심리적인 중압감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으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장기(臟器)는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바뀐다. 그 결과는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식욕부진, 불면증, 소화불량, 육체적 동통, 고혈압, 당뇨,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류머티즘과 같은 질병과 나아가 암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불면증은 생체리듬의 변화를 일으켜 정상적인 정신 역동에 영향을 미처 우울증, 강박증, 불안장애, 망상, 환청,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

 스트레스의 또 다른 순기능은 인간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인간에게 존재하는 경쟁심,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고 인정을 받고 싶다는 마음, 남들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의 원천은 스트레스의 작용이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양면의 칼과 같은 스트레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병을 만들기도 삶에 활력을 만들기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스트레스는 줄이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즐기자! 스트레스를 즐길 수 있는 마음, 그것은 마음 다스림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이야기다. 순환보직의 일환으로 새로운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담당해야 할 직무도 바뀌었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업무 파악을 하던 중 예산 분야에서 적잖은 문제점들을 발견했고 신속히 그것들을 바로잡아야 했다. 3개월 뒤 중앙 회계감사가 계획돼 있는데 감사 준비 기간 안에 과거 5년간 진행된 회계 분야 행정서류를 보완해야 한다. 그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은 바쁘고 중요한 일이었다.

 낮에는 정상 업무를 보느라고 준비할 시간이 없고 야간시간에만 보완업무를 해 나갔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은 육체와 정신을 지치게 했고 나를 그로기(Groggy) 상태로 몰아갔다.

 행정감사 스트레스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감사 일정이 연기돼 3개월의 준비시간은 6개월로 늘어났다. 기간의 연장은 한편으론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다행스러움을 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형벌 같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 당시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했고 컨디션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원형탈모가 그것을 대변했다. 나는 생각을 바꾸고 그것을 즐기기로 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을 지금 하는 것이고 이일을 해낸다면 이 직장에서 정년까지 롱런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지긋한 이 일도 반드시 끝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즐기자, 즐기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새로운 힘이 났고 모든 일을 마쳤을 때 찾아올 홀가분한 상상이 가슴 한쪽에서 희망을 전해왔다.

 스트레스를 다스린다는 것, 스트레스를 즐긴다는 것,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을,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을 낳는다. 생각을 바꿔 긍정을 선택한 사람은 즐거움이 따르는 삶을 살게 되고 건강한 장수(長壽)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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