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39 (목)
“새해 소원은 ‘풍차’가 잘 돌아가는 거죠”
“새해 소원은 ‘풍차’가 잘 돌아가는 거죠”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1.01 2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영 ‘파란풍차’ 대표 1996년 내동신도시 오픈 쌀빵 등 80여 제품 판매
가게 없는 설움 딛고 성공 “요즘 아내 건강 걱정 많죠”
▲ 이주영 파란풍차 제과점 대표는 2018년 무술년 새해소망으로 “뒤따라오는 역경 속에서도 파란풍차가 굴하지 않고 조금 더 번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1일 무술년 이른 아침 김해 내동에 위치한 파란풍차 제과점 안에는 새해 처음으로 생산된 따끈하고 고소한 빵을 맛보러 온 손님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김해지역 내 일명 빵순이ㆍ빵돌이들 사이에서 성지(聖地)라고 알려져 있는 파란풍차 제과점은 쌀을 첨가한 쌀빵과 누룩을 넣은 주종빵 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80여 가지의 빵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산되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번듯한 제과점 한 번 내는데도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요. 새해 소망이요? 올해부터는 바뀌는 것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인건비도 오르고, 재료값도 상승한다 하고, 이런 말들이 많은데,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우리 파란풍차가 전보다 더 번성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족들 건강이야 말할 필요 없고요.” 이주영 파란풍차 제과점 대표는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빵과 쿠키, 케이크 등을 손수 진열하면서 말했다. 그가 설립한 파란풍차 제과점은 본점인 내동을 비롯해 부원동에 별도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력이 되는 한 더 많은 체인점을 오픈해 ‘김해=파란풍차’라고 자연스럽게 떠올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말했다.

 파란풍차가 김해 내 일명 ‘빵지순례’ 대표로 이름난 이유는 이 대표와 그의 아내 박효순 씨가 ‘부부 제과기능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부부가 취득한 제과기능장은 자격증 취득 후 7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하는 까다로운 응시조건을 갖고 있다. 제과제빵 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시험에 응시하는데도 합격률은 20% 채 되지 않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며, 경남도내 출신 제과기능장은 50여 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어려운 시험에 통과하고 제과기능장이 된 시기는 지난 2013년이고, 아내 박씨는 지난 2016년에 각각 해당 자격증을 취득했다. 낮에는 제빵사로, 밤에는 관련 공부를 하는 것으로 주경야독하면서 잠자는 시간을 아낀 부부는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많은 고난을 함께 해왔음을 언급했다.

 “지난 1996년 내동신도시 당시 제과점을 운영했지요. 처음부터 딱히 처음부터 ‘기능장이 돼야만 한다’라는 의지보다는 아내와 저 두 사람 모두에게 있었던 학벌 콤플렉스에 기인한 결과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둘 다 공부 욕심이 많았죠.” 이 대표는 파란풍차라는 상호를 달고 정식으로 제과점을 운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다고 말했다. 빵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가게를 운영한 탓에 ‘빵을 맛있게 잘 만드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장사가 제법 잘 됐다고 한다. 그러나 잘 되면 시기와 질투를 먼저 드러내는 곳도 있는 법이다. 그가 처음으로 운영하던 가게 건물주는 IMF를 핑계로 가게를 빼달라 요구를 해왔고, 그가 순순히 그 요구에 응해주지 않자 다른 세입자에게 전전세 계약을 놓고 그를 밀어내려 했다고 한다. 권리금을 받고 해당 건물에서 나가려고 하던 중 전전세 계약에 체결한 쪽에서는 이 대표에게 “반경 3㎞ 이내에 빵집을 열면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계약을 체결하게끔 했다. 또한 지난 2006년 역시도 성황을 이루던 가게를 권리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내쫓겼다. 이 당시 그가 운영하던 가게를 매입한 쪽은 이 대표와 동종업에 종사하던 사람인데, 워낙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많이 나 문전성시를 이룬 탓에 자신의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해주고 아들을 통해 이 곳에서 장사를 시키고 싶으니 무작정 나가라고 횡포를 부렸다고 한다. 이를 회상하며 이 대표는 “그야말로 자기 가게 하나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인제대 석사학위 취득을 눈앞에 놓고 있다. 이후 박사 과정도 취득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업장 번성 외에 다른 소원이 있는지를 묻자 그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아내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서울에 있는 병원도 오가고 있는데, 현재 무엇보다 아내가 가장 걱정됩니다. 만약 아내가 저와 같은 길을 걸으려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지 몰라요. 새해에는 파란풍차 제과점 번성뿐만 아닌, 아내의 건강이 많이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