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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프로야구 ‘4할 타자’ 부활할까
한미일 프로야구 ‘4할 타자’ 부활할까
  • 연합뉴스
  • 승인 2018.01.0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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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원년 백인천 유일 MLB 1941년 이후 실종
지난 시즌 타격왕 김선빈 4할 타자 재탄생 ‘불씨’
▲ KBO리그 유일한 4할(0.412) 기록의 보유자 백인천의 선수 시절 모습.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테드 윌리엄스(1918∼2002)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지난 1941년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 나서기 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제안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경기를 앞둔 윌리엄스한테 ‘그냥 벤치에서 지켜보는 게 어때?’라고 물었다.

 당시 윌리엄스의 시즌 타율은 0.3996이었다.

 이 타율을 유지하면 반올림해서 4할이 되지만, ‘더블헤더’(같은 날 두 경기를 치름)에서 계속 헛방망이질을 했다가는 ‘4할 타자’ 타이틀을 놓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출전을 고집했고, ‘더블헤더’에서 무려 8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윌리엄스의 1941시즌 최종 타율은 0.406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의 주인공이다.

 ‘4할 타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가문의 영광이다.

 KBO리그에서는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지난 1982년 백인천(MBC)이 기록한 0.412가 유일한 기록이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타격 1위까지 차지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당시 72경기에 나와 250타수(298타석) 103안타를 기록했다.

 규정 타석은 ‘해당 시즌의 경기 수 곱하기 3.1’이다. 지난 1982년의 정규시즌은 80경기, 현재는 144경기다.

 백인천이 뛰던 원년 당시 규정 타석은 248타석에 불과해 현재 447타석과 비교하면 체력 면에서 훨씬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 KBO리그 첫해에는 최동원, 김시진 같은 국내 간판 투수들이 그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차출돼 지난 1983년에야 프로에 진출한 것도 백인천이 4할 타율을 기록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백인천은 자서전 ‘노력자애’에서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타율 4할의 내 기록을 깨기는 힘들다”며 “나처럼 일본이나 한국에서 의지와 집념을 갖추고 ‘목숨 걸고’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KBO 2017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김선빈(KIAㆍ0.370).

백인천 이후 KBO리그에서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994년 이종범(0.393ㆍ해태), 1987년 장효조(0.387ㆍ삼성)는 역대 KBO리그 최고 타율 기록에서 백인천의 뒤를 잇는다.

 역대 4, 5위 기록은 최근에 나왔다.

 에릭 테임즈는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지난 2015년 0.381,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던 2016년 0.376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2016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화려하게 복귀했고, 최형우 역시 2016시즌을 끝으로 KBO리그 사상 최초로 ‘FA 100억 원 시대(4년 100억 원)를 열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4할 타율에는 못 미쳤지만, 괴물 타자 기질을 발휘한 두 선수는 확실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지난 1936년 출범한 일본프로야구에는 아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86년 랜디 배스가 세운 0.389로, 일본인 선수로는 2000년 이치로 스즈키가 기록한 0.387이 최고다.

 대만프로야구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6년∼지난해까지 2년 연속 4할 타자가 나왔다.

 왕보룽(라미고 몽키스)은 지난 2016년 타율 0.41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0.407을 찍었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앞으로 ‘4할 타자’를 보기는 힘든 것일까.

 세 나라 프로야구의 2017시즌 타격왕은 김선빈(KIAㆍ0.370), 호세 알투베(휴스턴ㆍ0.346), 미야자키 도시로(요코하마ㆍ0.323)다.

 KBO리그의 경우 3할대 후반의 타율을 자랑하는 타자가 최근에도 꾸준히 등장한다는 점에서 ‘4할 타자’ 재탄생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4할 타자’가 등장한다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다.

 야구 전문가인 잭 햄플은 저서 ‘야구 교과서’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바보같이 삼진 아웃당하는 상황을 “그가 한 짓이라고는 자신을 스트라이크 아웃시키기 위해 인생을 바친 세계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을 상대로(공의 속도나 방향을) 추측을 잘못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율’은 극심한 타고투저에서나 가능한 기록이다.

 대형 투수 부족으로 최근 국제무대에서 쓴맛을 본 한국 야구가 다시 4할 타자를 낳는다면, 팬들은 슈퍼스타 탄생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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