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온몸을 움츠리게 만들면
소녀의 손이
주머니에 꼭꼭 숨어
나오지를 않습니다
눈이라도 내린다면
눈송이를 만지려
내미는 손을 잡아
품속에 숨겨 온 벙어리 장갑을
살며시 끼워줄 텐데
수줍은 소년
하늘 가린 구름 보며
눈이 오길 기다립니다
2
착한 소녀
소년의 마음을
아는 모양입니다
끼고 온 장갑을
가방 속에 감추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소년이 준
벙어리장갑을 끼고
양손 가득
흰 눈을 담을 텐데
소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운 눈을 기다립니다
3
파란 하늘은
회색빛으로 변하였는데
보고픈 눈송이는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바람은 저녁으로 불고
구름은 서서히 걷혀 가고
그 틈 사이로
겨울노을이 내려와
두 사람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입니다
소년의 품안에서
소녀의 가방에서
숨어 있는 벙어리장갑만
못내 아쉬워 애를 태웁니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서정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문학바탕’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ㆍ시집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그대가 곁에 없어 바람에 꽃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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