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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찾다 고독사 입양인 쓸쓸한 장례
‘뿌리’ 찾다 고독사 입양인 쓸쓸한 장례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8.01.11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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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없이 발인ㆍ화장 양어머니에게 인계 경찰, 건강 악화 판단
▲ 고국에서 친부모를 찾으려고 5년간 애를 태우다 고독사한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고 얀 소르코크 씨의 시신이 11일 밀양에 있는 한 화장장에서 화장되고 나서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 친부모를 애타게 찾다가 고독사한 노르웨이 국적 입양인 얀 소르코크 씨(45ㆍ한국 이름 채성우)의 장례가 치러졌다. <8일 자 5면 보도>

 그는 한 줌 재로 변해 다시 머나먼 노르웨이로 돌아간다.

 5년 전 귀국한 그는 혈육을 백방으로 찾으려 했으나 최근 김해의 한 고시텔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얀씨의 장례는 11일 김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사건을 담당했던 김해중부경찰서는 최근 노르웨이 대사관을 통해 얀씨 양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장례절차를 협의할 수 있었다.

 양어머니는 한국에 들어와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국에 있는 대리인에게 얀씨 시신을 인수하도록 위임했다.

 얀씨 유족은 시신을 한국에서 화장한 후 유골을 노르웨이에서 넘겨받아 장례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위임을 받은 김일권 국제화장전문업체 대표는 “노르웨이 유족은 한국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한 얀씨를 서둘러 만나려고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김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밀양화장장으로 시신을 옮겨 화장했다.

 화장장에는 고인이 한 때 머물렀던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쉼터인 사단법인 뿌리의집 관계자 4명이 와서 운구를 도왔다.

 고인의 유해는 유골함에 담겨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이르면 12일 인천공항을 출발, 노르웨이 양어머니 품에 안긴다.

 고인은 생전 주변 지인들에게 “죽으면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곤 했지만 죽어서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얀씨는 8세 때인 지난 1980년 국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지난 2013년 친부모를 찾으려 고국으로 돌아와 서울과 김해 등지를 오갔지만 혈육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어 허사였다.

 어릴 적 김해 인근 보육원에서 지냈던 기억만 남아 있었고 중앙입양원에는 6살 때인 1978년 김해서 미아로 발견됐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경찰은 절망한 그가 우울증에다 술에 의지하면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도현 뿌리의집 대표는 “해외입양인 얀씨의 죽음을 보며 이제 국가가 나서서 모든 아동에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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