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6:54 (목)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자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자
  • 은종
  • 승인 2018.01.1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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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종 시인

 전자매체의 범람으로 인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욕구 상태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컴퓨터를 켜서 불과 몇 초안에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검색할 수 있고 스피드와 오락 게임 등을 즐길 수 있으니 이제 어린이들에게서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상상력, 또는 어떤 상황 속에서 그것을 참고 기다리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생각의 저장창고는 텅 빈 상태이고 이미지, 가시적인 것, 자극적이고 요란한 매체에 길들어 있다. 부모들이 이 문제들을 인식하고 시급히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하리라 여겨진다.

 먼저 애정을 갖고 아이에 대해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며 부모의 주관적인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하기보다는 여러 상황이나 여건을 준비해서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접근해야 효과적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책이 아이들 마음의 틈바구니로 끼어들게 하는 것이다. 책은 독서를 하면서 보내는 값진 시간과 책 속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질문들, 그리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주는 좋은 자료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개체가 유익하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책을 읽게 하려면 먼저 환경부터 바꿔보자.

 10여 년 전 ‘조선일보사’에서 벌여온 ‘거실을 서재로’라는 캠페인 덕분에 우리들의 거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거실의 화려한 풍경(?)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어른들의 대형 TV 시청(視聽) 공간이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책을 끼고 마음껏 뒹굴면서 책 속에 파묻혀 행복해하는 모습이기를 기대한다면 오늘부터 거실을 책 읽는 문화적 공간으로 꾸며보자. 친환경적 목재로 책장을 맞추고 푹신한 공 의자나 아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편안한 의자를 놓아둔다. 조명은 시력에 손상이 가지 않는 것으로 설치하고 잔잔한 음률이 흐르도록 해 주자. 학교나 친구들과의 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안의 분위기를 이용해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집안은 아이들의 편안한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부모가 직접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서는 애정, 사랑, 그리고 함께하는 것이다.

 유대인 쉐마교육의 핵심도 이와 같다. 아버지가 직접 성경을 읽고 가르치며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교육방식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내면이 변화되기를 원한다면 그들과 함께 해주는 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 아빠의 친근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나감으로써 그들의 사고는 확장될 것이며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정서적, 심미적 성숙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유익을 맛보게 될 것이다.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교육학박사였던 고 강영우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에서 그의 아들은 “어둠 속에서 눈먼 아버지가 읽어주시던 점자책이 나를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 줬고, 눈뜬 내 인생을 인도했다”라고 고백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책 속의 내용으로 퀴즈를 내보는 것도 보탬이 된다. 이때, 문제의 유형은 단답형보다는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주관식 문제를 내어, 삶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연상기법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 되므로 그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문학, 철학, 환경, 자연, 과학,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두루 접하게 해 균형적인 사고체계가 이뤄지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느낀 점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강요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도 아이와 공동 책을 읽어 짧은 시라든지 마인드맵으로 생각들을 그려, 서로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져봄으로써 공동 책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생각, 상대방 의견에 대한 존중감 길러주기, 발표력 등을 끌어낼 수 있다.

 사람마다 가진 특유의 향이나 기운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유배 생활에서 아들 상우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는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말 그대로 많은 독서를 해야 만이 문자향이 피어나고 책의 기운이 스밀 것이니 책을 가까이하라는 당부이다. 각 가정에 문자향과 서권기가 맴도는 나날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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