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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전 빌린 여비 갚아 마음 가벼워”
“38년 전 빌린 여비 갚아 마음 가벼워”
  • 연합뉴스
  • 승인 2018.01.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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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전상구 씨, 일기장서 주소 발견 전화걸어 옛 여관 주인 찾아
 38년 전 여행 중 도움을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은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개월 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출장소에 전상구 씨(73ㆍ밀양)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지난 1980년 삼척군(현재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에서 여관을 하던 이원규 씨를 찾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38년 전 이씨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씨는 1980년 여름 아내와 함께 삼척 임원항을 거쳐 울릉도로 피서를 갔다.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를 가려면 경북 포항보다 삼척 임원에서 항해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기불순에 따른 높은 파도로 출항이 이틀 정도 늦어졌다.

 파도가 잔잔해지면서 울릉도 여행을 무사히 마쳤지만, 여행 일정이 계획보다 길어진 탓에 밀양으로 돌아갈 차비가 떨어졌다.

 당시 금융 시스템으로는 송금받을 수도 없었다.

 전씨는 울릉도로 출발하기 전 묶었던 여관 주인 이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는 선뜻 차비를 빌려줬다.

 그러나 전씨는 이씨 주소를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려 ‘밀양에 도착하는 즉시 돈을 갚겠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전씨는 최근 이씨 주소가 적인 일기장을 발견하고 임원출장소로 전화했다.

 이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이씨 아내 김도연 씨도 건강이 좋지 않아 울산에 머물고 있었다.

 전씨는 이씨를 찾는 데 도움을 준 이종근 임원1리 이장(58)에게 그동안 사연과 이씨 부부에게 감사하다는 내용 그리고 우체국 통상환 50만 원을 동봉한 편지를 보냈다.

 이 이장은 조속한 시일 내 울산을 찾아 전씨 편지를 이씨 아내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전씨는 16일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미안함으로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라며 “적은 금액이지만, 은혜에 보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분 좋고 마음 가볍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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