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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스마트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도시재생 ‘스마트커뮤니티’가 필요하다
  • 이덕진
  • 승인 2018.01.22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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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하나의 국가정책으로 등장하면서 전국에 지역 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 둔화, 청년실업률 급속한 증가 등의 경제 환경, 즉 도시재생이라는 공간적 혁신으로 일자리 창출과 도심 활력을 추진배경으로 설정했다.

 정부 부처들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단체들은 이러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치열한 공모전 경쟁에 화려한 계획을 내놨다. 그 결과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으로 68곳을 선정했다. 올해 4월에 40여 곳을 추가로 모집한다고 한다.

 사실 도시재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풀뿌리자치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온 시민운동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주민운동조직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해 왔다.

 그런데 예산도 없이 고군분투해오던 시민운동 진영에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적잖은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은 역설적인 현실이다. 정부의 의욕 과잉에 따라 그동안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이던 운동이 정부 예산 따먹기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한 주민의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주민자치운동으로 전개해야 할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자칫 주민은 들러리가 되고 지방자치단체와 용역회사들이 대신 만들어 주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주민참여운동이 돼야 할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가진 민간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과 지역 대학의 커버넌스 형성, 도시 간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형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학문이 구분돼 있고 서로 교류를 하지 않는다. 도시재생은 모든 학문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교류의 장이 돼야 한다. 예산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마치즈쿠리’라고 일컫는 일본의 마을 만들기 운동에서도 관과 용역회사의 지나친 개입과 지원이 많은 문제들을 낳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도시재생 뉴딜정책’ 핵심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람이 함께 사는 도시’, 즉 감성 도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이다. 이걸 하려면 우선 각 도시가 팽창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팽창과 번식은 그간의 도시 정책의 목표다. 이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따라 하거나 비슷한 형태보다 스마트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개발이 옛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땅을 다지고 짓는 것이라면, 재생은 기억을 보존하며 추억을 살리고 하나씩 함께 고쳐나가는 것이다.

 지난주 대한건축학회 2018 스마트 도시재생의 현황과 미래비전포럼에 참여했다. 전국의 도시재생 만들기에 열정을 바치는 지역 청년들과 교수님, 건축가, 도시전문가, 공무원을 만나서 특별한 에너지를 느꼈다. 도시재생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나오는 것과 같았다.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는 사람을 위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목표를 완성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스마트커뮤니티’를 말하고 싶다. ‘스마트커뮤니티’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개선하는 자주적인 인간의 ‘스마트(Smart)’한 지식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생활하며 가치를 만드는 공간이 ‘커뮤니티(Communityㆍ공동체)’이다.

 도시가 직면한 소외ㆍ해체ㆍ분리ㆍ개인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생존해 나가는 도시를 이야기한다. 가상공간에서의 소통은 늘어나고 있으나, 실생활에서는 서로를 외면하는 모습이 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따라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다소 불편함이 생기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고 의지하는 소통과 교류를 기반으로 한 사람 냄새 나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

 ‘스마트커뮤니티’란 지금까지는 누군가 해줬던, 아니면 만들어 뒀던 곳에 자신이 맞추고 살았었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고 가꿔 나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스마트커뮤니티’는 우리 도시가 현대화되기 이전의 시대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혈연공동체, 학연공동체 등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 사회, 경제, 문화적 삶의 핵심이었다. 스마트커뮤니티는 공감과 배려를 늘려가는 것이지 특정한 규칙의 틀로 가두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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