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00 (토)
여자의 길-어머니의 사랑
여자의 길-어머니의 사랑
  • 정영애
  • 승인 2018.01.24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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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그 옛날 옥색 댕기 바람에 나부낄 때

  봄 나비 나래 위에 꿈을 실어 보았는데

  나르는 낙엽 따라 어디론가 가버렸네

  무심한 강물 위에 잔주름 여울지고

  아쉬움에 돌아보는 여자의 길”

 “언젠가 오랜 옛날 볼우물 예뻤을 때

  뛰는 가슴 사랑으로 부푼 적도 있었는데

  흐르는 세월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네

  무심한 강바람에 흰머리 나부끼고

  아쉬움에 돌아보는 여자 여자 여자의 길”

 가수 민우혁이 ‘불후의 명곡 2’ 이미자 편에서 열창해 또 한바탕 청중들과 시청자를 눈물짓게 한 노래이다. 이 노래는 1972년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KBS 일일 연속극 ‘여로’의 주제가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목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모두들 눈시울을 적시곤 했다. TV 드라마로 70%에 달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방송시간인 오후 7시 30분에는 거리가 썰렁하고 택시기사도 영업을 멈췄다고 하니 가히 ‘여로’의 열풍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미자의 노래도 노래지만 노랫말 한 줄 한 줄이 어머니의 지극한 희생과 사랑을 가슴 가득 넘치게 하는 시로 엮었기에 더 깊은 감동을 준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모성본능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변할 리 없다. 삶에 지치고 인간에게 배신당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잠시 그 사랑을 잊고 살 뿐이다. 내 어머니가 저세상에 가신지도 어언 7년이 지났다. 살아 계실 때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갑자기 돌아가셨기에 후회스러운 마음뿐이다. 인생이란 늘 후회하며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를 낳아 길러 준 어머니의 거룩한 희생과 사랑은 자신이 엄마가 돼 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한없는 사랑을 100분의 1이라도 갚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머니는 이미 내 곁을 떠나 안 계신다. 그래서 못해 드린 사랑을 그 어머니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또 그 자식은 어머니가 했던 후회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송강 정철은 “어버이 살아신제 섬기일랑 다하여라. 돌아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고 읊었다. 아무리 인륜지도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 하지만 ‘어머니’ 하면 벌써 눈시울이 찡해 온다. 효심이란 강요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 어머니의 위치에 서서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깨닫는 것이다. 시집간 딸이 아들보다 친정 부모 생각이 끔찍한 것도 그 때문이다. 유대인 속담에 “신은 어느 곳이나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신 대신 역할을 한다는 격언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나면 구정이 온다. 벌써 귀성 열차예매가 시작됐다. 수백만 명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열차로 혹은 자가용으로 고향의 부모님을 방문할 것이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은 산소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형편이 여의치 않거나 생업 때문에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귀찮다고, 실업자라고, 부모님이 자신에게 해준 게 없다고 싫어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생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한번은 떠나야 할 숙명을 타고 났다. 부모님 생전에 최소한의 보답은 하고 떠나야 두고두고 후회하며 눈물짓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사후 자식들이 자기 무덤이나 납골당을 아무도 찾지 않고 방치한다면 저승에 가서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나. 설 명절을 맞아 등 굽은 늙으신 어머니가 동구 밖까지 나와 자식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실망해 발길을 돌린다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서글프겠는가.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사랑을 사랑으로 보답하는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숨겨 두고 자식의 꿈 희망되니, 한평생 나를 위해 그렇게 사셨구나. 행여나 부족할까 넘치도록 다 주고도, 해준 것 하나 없다 그렇게 사셨구나. 아쉬움에 돌아보는 여자의 길,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희생과 사랑의 길을 걸어온 어머니를 향한 바치는 눈물의 노래 ‘여자의 길’이 새삼 가슴을 치며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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