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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 뿔나게 하는 조문 정치
2018년 01월 28일 (일)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jkpark@kndaily.com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정치인들의 밀양방문이 잦다. 1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앞 다퉈 찾는 조문 정치로 북새통이다. 이에 대해 밀양시민은 물론이고 경남도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불난 집에 정치하러 왔느냐”, “정치인 얼굴 본다고 무슨 위로를 받겠느냐”는 등 볼멘 목소리가 이어진다.

 안전사고로 고귀한 생명들이 한순간에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너무 잦은데도 방재대책은 공염불인 양 헛세월이고 정치권은 여ㆍ야 할 것 없이 계속되는 참사를 서로 떠밀 듯 ‘네 탓 내 탓’ 등 책임공방을 이어가자 “장난치나”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물론, “선거철을 앞둔 시점이라 달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인들이)제도적인 대책 및 지원을 빠르게 해주지 않겠느냐”, “대형 참사인데 찾아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등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는 땜질식 처방이 자리한다. 이번 참사에서 안전후진국에 갇힌 대한민국이 사건만 터지면 ‘안전’을 외쳤지만 바뀌지 않은 현실을 재확인 한 것과 다를 바 없어 반복되는 참사에도 ‘안전 불감증’ 교훈을 잊었냐는 것이다.

 충북 제천의 대형화재로 29명의 인명을 앗아간 지 한 달 남짓,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반복된 인재나 다를 바 없다. 세종병원 화재로 37명이 숨지는 등 1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 정부 방재대책을 무색하게 하는 대참사가 또 발생했다.

 판박이와 다를 바 없는 참극이 재연된다는 것은 역대 정부가 내세웠던 ‘안전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낚싯배사고로 15명이 숨지는가 하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미숙아 4명이 병원 과실로 세상을 떠났고, 서울 도심의 숙박업소에서 불이 나 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크레인이 시내버스를 덮치고, 산업 현장에서의 떼죽음이 잇따른다. 소방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다중이용시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각지대로 방치된 가운데 대피 통로는 막혀 생명을 노리기 일쑤다.

 모두 최근 한두 달 새 벌어진 일이다. 또 4년 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치권은 여ㆍ야할 것 없이 ‘네 탓 내 탓’ 공방에 더한 책임론을 보며 한국 정치가 아류란 모 재벌의 지적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바닥인 것을 가늠할 정도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도지사 직을 포기하면서 후임을 뽑지 못하게 꼼수를 썼기 때문”이라며 “한때나마 경남도정의 책임자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장을 찾아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밀양 화재는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 책임이다”며 “박일호 밀양시장도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밀양시 국회의원도 엄용수 한국당 의원”이라는 글을 게시해 한국당에게 책임을 물었다.

 여권 또는 성향의 인사들이 ‘야권 책임론’을 들고나오는 것은 잇단 대형 사고로 확산하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막아보려는 고육책 성격도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 지도부의 지적 수준이 그것밖에 되지 않아 나라가 엉망”이라며 “제대로 하려면 자기들이 코드 인사로 임명한 경남지사 권한대행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거꾸로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을 보니 후안무치하고 뻔뻔하다”며 “국무총리는 사고만 터지면 사과하기 바쁜 ‘사과 총리’로 전락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합동분향소를 지키는 장관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또한 참사가 정쟁의 대상이 된 측면이 있다. 숱한 참사가 판박이같이 되풀이돼도 방재대책은커녕, 땜질식 처방에다 보여주기나 다를 바 없는 조문 정치로는 유족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상처를 더 할 뿐이다. 사고 당시의 긴박한 상태에도 구조에 나선 시민 정신과 도민의 선거 참여 정신에 대한 존중은커녕, 격전장이 될 지방선거에서 표를 좀 더 얻기 위한 술책마냥, 시답지 않은 소리만 해 밀양시민과 경남도민이 뿔난 것이다.

 사고현장을 앞에 두고 정치권이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정치 쟁점화 시도는 민의(民意)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세 명만 모이면 정당을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지만 정작 정치인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치권은 책임론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개선책 마련에 화급을 다퉈야 한다. 특히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사고원인 규명과 수습에 합심하는 모습이 선진정치이고 뿔난 경남도민을 다독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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