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1:56 (수)
‘LIFE 사진전’과 눈부신 기억
‘LIFE 사진전’과 눈부신 기억
  • 김숙현
  • 승인 2018.01.28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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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 500여 명이 만들고 때로는 의미 있는 한 장을 찍기 위해 2년간 준비했던 사진잡지 ‘라이프’의 사진 전시가 역사상 4번째 열리면서 서울에 이어 부산에 전시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라이프 사진전’은 ‘빛나는 시작, 눈부신 기억’이란 슬로건을 걸고 지난 1일부터 시작해 오는 4월 8일까지 긴 전시회로 기획돼 있다. 부산 전시 최초, 관객 경험 중심 프로그램과 다양한 이벤트로 마련돼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1936년, 헨리 루스 (1898~1967)는 당시 유머 매거진이었던 ‘LIFE’를 사들여 사진을 중심 언어로 사용하는 저널리즘, 사진으로 소통하는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새로운 ‘LIFE’ 잡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라디오 시대에 사진은 세상의 흐름을 바꾸며 문화로 만들어져 갔다. 이후 흑백 TV에서 영상, 칼라 TV가 혁명을 일으켰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것을 손쉽게 볼 수 있는 변화로 이어졌지만 사진은 여전히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고, 더 큰 의미의 소통 작용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순간을 영원히 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라이프 사진전’은 TIME에서 선정한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사진 100’ 중, 4작품이 전시되며 한국 전시인 만큼 우리나라 관련 사진의 비중도 있어 관객에게 반가움과 함께 설렘, 그리고 역사의 현장을 리얼하게 남겨준 고마움과 먹먹함이 마구 혼합돼 밀려든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석 김구 선생님의 환한 모습과 그런 김구 선생님을 저격했던 총탄에 구멍 난 경교장 창문 밖으로 애도의 물결을 이룬 우리나라 국민의 처절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비감, 아시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걸 그룹 ‘김 시스터즈’의 발랄한 모습과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던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난다. 그 연장선상에서 48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장에서 군중들의 감격을 함께 하고, 궁에 발을 딛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모습도 전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멋진 러브스토리를 남긴 사르트르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1964년 노벨문학상을 거부했던 샤르트르,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물레 옆에서 가부좌한 한 채로 신문 스크랩을 하는 모습)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줬다. 독립투쟁의 상징인 그의 모습에서 마치 4대 성인인 석가모니 붓다의 모습이 크로즈 업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꽂힌 사진은 과거 독일을 상징했던 독수리와 히틀러기 아래 모인 많은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다. 베를린 크롤 오페라 극장에 모여 회의 전, 독일 특유의 경례를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인데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단연 히틀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날의 기조연설을 총통이자 수상인 그가 했는데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전쟁에 대한 입장 요구에 폴란드와의 불가침 조약 철폐로 응답했던 연설이었다는 설명을 읽으며 묘한 감정의 충돌을 느꼈다.

 히틀러는 동물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히틀러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반려견 블론디를 그림으로 그렸으며 사슴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도 사진으로 남아 있을 만큼 동물들의 친구였다. 그로인해 일치감치 독일은 동물보호 법안이 완성됐고 1938년 독일은 ‘동물보호’ 교과목이 생겨 공립학교와 대학교에서 배우도록 했다. 서구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동물학대방지법을 독일을 본받아 만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반려견이나 반려묘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동물관련법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독일의 사례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선진국 독일에 대한 동경과 세계 2차 대전의 상징물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감옥이 동시에 겹쳐 떠올랐다. 유태인 대학살의 증거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우슈비츠 감옥은 바로 이 사진, 히틀러의 크롤 오페라 극장 기조연설에서 시작 되었을 것이다. 동물들의 친구 히틀러, 사진 속 나치당 총수 히틀러는 양면성의 아이러니를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이렇게 많은 정보와 메시지를 줄 뿐 아니라 생각을 던져주고 있다. 감동의 스토리를 주기도 하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사진은 기억될 가치를 가치로 남겨준다. 시대의 영웅과 아이콘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해를 기획하게 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연령대를 아울러 관객이 될 수 있으며 관객이 되길 바란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진이 가득한 옴니버스 전시실에 많은 사람들이 합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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