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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프랑스의 교육 실험
흥미로운 프랑스의 교육 실험
  • 이유갑
  • 승인 2018.02.0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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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동장군(冬將軍)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곧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이다. 남녘 바닷가에는 이미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백이 붉은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얼마 안 가서 따뜻한 봄기운이 온 사방에 퍼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봄이 우리 가까이에 온 듯 느껴진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40대의 젊은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에 사회 각 분야에서 힘찬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교육정책들이 흥미를 끌고 있다. 여러 가지 교육 실험 중에서 세 가지에 주목하게 된다. 첫째는 초ㆍ중학교에서의 휴대폰 전면 사용금지이고, 둘째는 숙제는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도록 하는 정책이고, 셋째는 초ㆍ중ㆍ고의 정규과정에 합창 수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장 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요즘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있어서 교육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하면서 전면적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9월부터 초ㆍ중학생은 등교하면서 교실 바깥 사물함에 스마트폰을 보관했다가 귀가할 때 돌려주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초ㆍ중학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교육적인 방안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은 비슷하다.

 이와 함께 블랑케 교육부 장관은 또 다른 교육 개혁의 하나로서 숙제를 학교에서 끝내고 하교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숙제를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모든 초ㆍ중학생들이 숙제를 마치고 하교하는 제도를 올해 9월 신학기부터 파리와 수도권 등 일부 학교에 도입하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교육적 발상인데, 이 교육 실험의 결과가 몹시 궁금하다.

 프랑스의 새로운 교육 정책들 중에서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합창 수업을 정규화하려는 시도이다. 최근에 장 미셸 블랑케 교육부 장관과 프랑수아즈 니센 문화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합창을 프랑스 초ㆍ중ㆍ고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중학교 1~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합창 수업을 진행해 왔는데, 자신감을 키우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등 합창 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지난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이 초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지속적으로 음악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수학에서는 25%, 암기력 테스트에서는 75% 점수가 높게 나왔다.

 프랑스 교육부에서는 합창 수업의 교육적인 효과를 모두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클래식과 재즈 음악 등으로 문화적 소양을 키우기이고, 둘째는 자신감과 성취감의 향상이며, 셋째는 협동 의식과 결속력의 강화이고, 넷째가 학업 스트레스의 완화, 다섯째는 학업 성적의 향상이다.

 노래와 피아노 수업을 꾸준히 받은 아이들은 이전보다 지능검사의 점수가 높아졌다는 토론토 대학의 연구 결과는 합창이 학업 성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남녀 학생들의 협동학습 능력(cooperative learning)이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협동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협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우리의 교육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합창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는 앞으로 꾸준히 검증돼야 하지만,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흥미로운 교육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육부에서도 더 늦기 전에 자라나는 아동ㆍ청소년들에게 학교생활에서 즐거움도 누리게 하면서 인성과 학업의 측면에서 교육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을 마련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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