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23 (수)
다주택 소유자가 죄인인가
다주택 소유자가 죄인인가
  • 이태균
  • 승인 2018.02.04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태균 칼럼니스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다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양도세와 보유세(재산세) 세금폭탄 정책으로 단군 이래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가장 완벽한 법을 만들었다고 큰소리친 K모 정책 참모는 지금 유명세를 날리며 교수로 현실 정치에도 강한 지론을 펼치고 있다. 그가 주도한 세금폭탄 정책이 투기를 잡는 데는 나름대로 작은 목적을 달성했을지라도 부동산 침체를 불러와 신규아파트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을 초래, 그가 만든 세금폭탄 정책도 경기 활성화와 아파트 미분양 사태 해결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정부 때 법 개정을 하거나 세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사실상 폐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부동산 투기와 전세난 등의 해결책으로 보유세 인상과 다주택자 양도세율 인상 정책을 도입할 모양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정책이란 제한적인 기간에 시행해 정책 목적을 달성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역행을 초래해서는 곤란하며, 특히 임기응변식으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와 같은 정책은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령모개식으로 바뀌면서 들쑥날쑥하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하며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겠는가.

 정부는 다주택자를 부동산값 급등의 주범으로 몰아댔지만, 집 두 채 이상 가진 공직자치고 부동산 투기를 고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강남 좌파’라는 말이 조롱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다주택 좌파’도 당당하다. 그러면서도 국민한테만 다주택을 팔라고 종주먹을 대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신화는 끝장내야 한다. 그러나 좀 더 좋은 학교에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마치 불로소득만 노리는 투기꾼으로 몰고 가진 말았으면 한다. 일본은 도심재생으로 르네상스를 구가하는데 국민 상당수를 적(敵)으로 만들고 징벌하듯 몰아붙인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실천하려면 우선 고위 공직자부터 스스로 먼저 국민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국토부의 김현미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다주택자인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게 먼저 모범을 보이라고 주문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현미 장관은 몰라도 김 경제부총리도 부인을 포함하면 다주택자로 부인 소유 아파트도 소위 강남 8학군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42%가 다주택자임에도 국민에게 세금폭탄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겁을 주고 있는가. 자본주의가 대한민국의 경제정책 근간임에도 선의로 취득해 보유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을 왜 죄인 취급하려는가. 되레 열심히 돈 벌어 다주택자가 된 사람을 귀감으로 삼지는 못할지언정. 자유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시행할만한 정책으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단견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8ㆍ2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었죠.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8ㆍ2대책 직전으로 되레 치솟아 국민들께 송구합니다. 이제라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할 수 있는 용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렇게 발표했다면 문재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도 투명한 관료주의, 법치주의, 선진국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남부럽지 않게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올해에는 “주택 공급 물량이 강남을 포함해 예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가격 급등은 상당 부분 투기적 수요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모두발언은 진심인지 묻고 싶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강남 아파트를 팔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살고 싶은 사람은 많고 떠나는 사람이 없으면 그 동네 집값이 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요컨대 이른바 진보라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도 그 좋다는 강남 집을 포기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마치 다주택자들이 죄인 취급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집값 잡는 데 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더 많은 보통사람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힘쓰는 게 바람직하다. 앞에서는 웃는 척 하지만 돌아서서 비웃는 경제정책, 특히 부동산 세금폭탄 정책은 시행함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시행착오를 통해 비싼 대가를 지불할 수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