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22 (금)
자녀 성교육은 부모 성인지에서 시작
자녀 성교육은 부모 성인지에서 시작
  • 이영숙
  • 승인 2018.02.13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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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담쟁이 가족상담 부모교육 연구소 소장

  부모 양육 태도 검사지의 여덟 가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자녀도 나이가 들수록 이성이 발달하기 때문에 부모에 대해 나름의 평가와 판단을 한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된 아들이 어렵다. 남매가 성장하며 사춘기에 접어드니 친구 집에서 자도 되냐는 허락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아들의 경우엔 대체로 쉽게 허락했지만 딸의 경우엔 망설이게 되는 게 현실이다. 딸에게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하면 우리 집엔 오빠가 있어서 친구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들은 뜬금없이 의문의 1패를 당한다. 왜 자신이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돼야 하냐며 뜨거운 콧김을 뿜어낸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딸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아들을 단속해야 옳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딸을 더 단속하게 된다. 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이 남자라 어쩔 수 없다며 아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기도 면목이 없다. 지금은 아들딸 차별해서 딸이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헌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젊은 부모의 경우 오히려 딸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각 가정에서 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걸까? 누구라도 지금의 양육 태도는 그 부모의 부모에게서 대물림받게 된다. 그래서 양성평등이 사회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젊은 부모도 딸에겐 인형을 사주고 공주처럼 입히며 얌전하길 바라고 아들에겐 로봇을 사주고 씩씩하길 바라며 눈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인정해야 하지만 그것이 차별이 될 때 문제는 발생하며 남녀는 서로 협력해 공존해야 함에도 차별 때문에 서로의 적이 되기도 한다. 뿌리 깊은 차별을 받는 딸도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아들도 모두 우리의 아이들이다.

 각 가정에서 아무런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가면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아들의 불안한 모습을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남자의 마땅한 의무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는 모습이 의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만했다고 생각한다. 군 가산점에 대한 토론을 할 때면 남매를 둔 나는 늘 난감하다. 군대와 임신, 출산은 항상 충돌한다. 다름을 알지만 손해 보는듯한 느낌은 누구도 양보하기 싫어서다. 사회 구조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시간을 두고 오랫동안 논의하고 합리적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는 개인으로부터 확산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직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이 있은 후 ‘미 투’ 운동이 시작된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2차 폭력도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많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성인지와 성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의 성인지가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아들이거나 딸이기 때문에 차별을 두지 않고 아들과 딸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

 아들이 외박에 허락을 요구할 때 내가 허락하는 대신에 딸에게 결정권을 줬다. 약간의 꼼수를 사용한 거다. 딸에게는 외박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으니 차별한다고 느끼지 않게 ‘오빠의 외박은 엄마가 허락한 게 아니잖아’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딸이 그 차이를 인정하고 아들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외박과 권력을 교환 한 셈이다. 한 가지 덧붙여 내 아들과 내 딸에게 허락되는 것은 우리들의 아들과 딸에게도 허락돼야 한다. 내 아들과 내 딸에게 하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아들과 딸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들에게도 일관성이 있다면 차별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인 갈등도 해결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 아이들의 부모이며 우리 부모의 아들이고 딸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넘어서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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