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05 (목)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 김숙현
  • 승인 2018.02.19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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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SAS영재아카데미 원장 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지난 1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초ㆍ중ㆍ고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마감 시한인 지난 5일까지 총 21만 3천219명의 동의를 얻어 현재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자는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 비하적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사용한다”며 “선생님들께 말씀드려도 제지가 잘 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심각성을 잘 모르고 아이들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알고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선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뿐만 아닌 선생님들까지도 배우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페미니즘(feminism)은 여성이 불평등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해 여성의 사회, 정치, 법률상의 지위와 역할의 신장을 주장하는 주의라고 사전에 명시돼있으나 현재 논란이 많은 상태다. 이 단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정의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역사는 길고 시대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게 적용돼 스펙트럼이 넓으며 논란 또한 많은 용어이다. 여성 인권을 신장하고 남녀 평등을 이루자는 뜻 외에도 유물론적 여성 해방론에 기초하는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자칫 남성과 여성이 결합한 한 가정에서 여성이 인권을 억압당한다고 보고 있기에 가정 해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다. 이를 확장해 해석해 보면 동성애자를 옹호하는 것과도 연결될 수 있어 국민적 합의 없이 페미니즘을 아이들에게 의무화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 확산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한 의미를 제대로 정의하고 남녀평등 교육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해마다 5월이면 양성평등 글짓기, 포스터 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를 치르고 일회성 성교육이나 강사초청 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해 오는 학교는 양성평등 교육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어린 시절부터 바른 교육을 받아 평등한 남녀로 동등한 시선으로 인격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교육을 담당할 어른이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 우선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사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지난해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 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라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 ‘#Me 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놀라운 건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 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해시태그를 달아 ‘#Me Too’로 자신의 성폭행 경험을 폭로한 사람은 약 8만 명이나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문학계 고질적 성추행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는 미투 운동 확산에 충분한 불씨가 됐다. 우리 사회에서 서지현 검사와 같은 피해자는 수만 명이 넘을 것이고, 최영미 시인 같은 희생자는 또 얼마나 많을지 짐작되는 바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지성 집단에서 여성검사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식자인 최영미 시인도 당하고 희생되는 사회에서 그들보다 못 배우고 덜 똑똑한 많은 여성들은 또 얼마나 당하고 희생됐겠는가. 입도 뻥긋 못하고 속앓이를 하며 자신의 인생을 추락시켰을 것이다. 그래도 서지현 검사는 여러 통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최영미 시인은 거부가 아닌 저항하는 뜻을 행동으로 옮기고 시로 표현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 모두에게 화두를 던졌으니 이제 우리 사회는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 가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오래도록 유지돼 온 남성 권력 구조에서 발생해 지속된 성폭력 문제에 미투 운동으로 제대로 딴지를 걸고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많은 응원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페미니즘’에 대해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고 합의해 인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어 남녀로 가르는 사회가 아닌 진정한 인류사회로 이끌어 공존하며 살아가는 조화의 미를 창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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