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6:30 (화)
“콘텐츠ㆍ스토리 가진 작가 위치 더욱 단단해질 것”
“콘텐츠ㆍ스토리 가진 작가 위치 더욱 단단해질 것”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19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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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수 작가
▲ 윤영수 작가는 “작가는 무엇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92년 드라마 ‘우리동네 면장님’ 데뷔

‘불멸의 이순신’ㆍ‘명가’ㆍ‘차마고도’ 등 집필

올해 영화 ‘호숫가의 아이들’ 개봉 앞둬

“작가는 인간과 사회 성찰과 관찰 필요”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꿈꾼다. 그러나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글을 한 편 쓰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선보이기까지 장시간 인내와 역경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과정이야 어렵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나, 작가는 늘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다작하는 것을 의무로 삼아야 하기에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까지 감내해야 한다. 장기간 그 힘들고 치열한 창작의 세계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작가들이 있기에 오늘날 한류열풍, 미디어 콘텐츠 강국으로 우리나라가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인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윤영수 작가와의 만남은 지난 8일 창원대 인근 한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1964년 고성에서 태어나 83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까지 30여 년 이상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영화, 책 등 집필하거나 각본을 해온 베테랑 작가다. 특히 그는 지난 2005년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을 기획과 대본작업에 참여한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다큐 ‘역사의 라이벌’, ‘역사스페셜’, ‘차마고도’ 등을 집필했고,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국대 예술대학원 교수로도 재임한 바 있다. 아울러 그가 3년가량 공들여 집필한 영화 ‘호숫가의 아이들’은 올해 전국 영화관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가난한 두 남매가 돈보다 더 귀하고 값진 인생을 살아가는 삶을 솔직하게 다뤄 관객들에 큰 귀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윤 작가는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를 주로 집필하고 있다. 다큐와 드라마는 제작환경이나 방식 등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드라마의 경우 작가가 대본을 먼저 완성한 후 제작진이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에 들어가는 형태를 갖고 있지만, 다큐는 제작과 편집 등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작가가 편집된 내용을 가지고 집필에 착수된다. 아울러 메인 작가를 제외한 보조작가들은 섭외나 자료조사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 윤영수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아시아-차마고도’, ‘무역절벽시대-숨은 개척자들’(위에서부터 아래로).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자 마음먹고 달려온 길은 아니었어요. 국문과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과와 관련된 진로를 생각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공모전에 당선돼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국어교사나 기업 홍보팀 입사 등 제안도 있었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좋은 점은 전문직업이라는 것과 다른 직업에 비해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윤 작가는 지난 1992년 KBS 드라마 ‘우리 동네 면장님’을 통해 정식 데뷔했다. 이 드라마는 배우 나문희와 노현희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이에 앞서 그는 1987년 MBC 청소년 문학상에 ‘막대그래프의 고독’이라는 소설이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작가로서 필력을 안정 받았다. 방송국의 화려하지만 녹록찮은 실상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당시 윤 작가는 진주MBC 라디오 작가로 활약했다.

 윤 작가에게 처음 자신이 작가로 데뷔했을 당시 환경과 현재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어느 순간 신인 작가들의 역량과 패기,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드라마게임이나 베스트극장, 드라마시티 등 코너들이 줄줄이 사라진 것에 대한 의문이기도 했다. 이 코너를 통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노희경, ‘황금빛 내 인생’ 소현경, ‘언니는 살아있다’ 김순옥 작가 등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작가들이 대거 배출된 것을 생각해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봐야죠. 다만 원고료 부분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져 버린 것일 뿐. 드라마게임이나 베스트 극장 등 코너가 있었을 당시에는 무명작가들이 작가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PD나 제작사에 직접 찾아가 투고부터 하고 그들로부터 OK사인이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죠.”

 윤 작가에 따르면 무명작가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문이 좁아진 탓에 재능 있는 무명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투고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불과 십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편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작가들이 PD와 제작사를 직접 방문해 작품을 투고하고 비판을 받는 것으로 프로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현재 단편드라마 방영은 시청률 등 문제로 방송 3사에서는 폐지가 됐지만,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대형 영화사나 엔터테인먼트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할 수는 있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문제는 데뷔 이후예요. 꾸준히 좋은 작품을 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니 입봉작이 고별작이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생활고가 생기는 것이고요”라고 말했다.

 더욱이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임을 윤 작가는 언급했다. 방송국에서는 작가를 직접 고용이 아닌 외주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로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기간까지 계약관계로 묶여버린다. 가령, 편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완성된 프로그램이 불방되는 경우에는 비용조차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고, 영화관에 작품이 개봉되지 않으면 계약금만 일부 받고 전액을 받지 못 하고 마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일부 작가들 중에서는 4대보험과 퇴직금 등 복리를 개선해달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지만, 방송국에서는 외주업체에 이야기하라고 하고, 외주업체에서는 방송국에 이야기를 하라며 서로 떠넘겨버린다. 특히 여성 작가들의 경우 PD나 메인 작가와 일을 하다가 성희롱이나 추행 등 수치스러운 일을 당해도 어디서도 하소연할 수 있는 기관이 현재로서는 없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애꿎은 작가들만 피를 흘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사례 때문에 대다수의 작가들 사이에서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권리를 찾자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작가들의 위치가 앞으로 더욱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발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무장된 좋은 스토리를 생산할 수 있는 위치는 작가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제가 작가로 막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방송 3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 전부였지만, 현재는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달로 웹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전문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도 스토리 하나만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고, 전송만 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죠. 심지어 종편과 케이블방송도 발달했으니 앞으로 더 무궁무진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재능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찰이 중요하죠.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상상이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실현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일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윤영수 작가 프로필

1964년 고성 출생

1983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2년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방송

1992년 KBS 드라마 ‘우리 동네 면장님’ 데뷔

1994년 KBS 다큐 ‘역사의 라이벌’

1996년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

1997년 KBS 드라마 ‘봄날은 간다’

2000년 KBS 드라마 ‘소설 목민심서’

2004년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2007년 KBS 다큐 ‘인사이드 아시아-차마고도’

2010년 KBS 드라마 ‘명가’

2012년 KBS 다큐 ‘역사 스페셜’

2015년 KBS 다큐 ‘슈퍼차이 2016년

2016년 KBS 다큐 ‘인공지능 인간을 이기다-이세돌 VS 알파고나’

2017년 KBS 다큐 ‘400g의 기적 연변 축구 이야기’ 외 다수

◇영화

2015년 이바라키의 여름

2017년 고향이 어디세요 등 다수

◇저서

2011년 한국사를 바꿀 14가지 거짓과 진실

2014년 불패의 리더 이순신

◇수상

2006~2016년 이달의 PD상

2007년 제3회 방송문화진흥회 구성작가상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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