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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해’에 바라는 것들
2018년 02월 21일 (수)
김혜란 7618700@kndaily.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2018년을 ‘책의 해’로 선포하고, 세계 책의 날, 서울국제도서전, 대한민국 독서대전, 전국도서관대회, 서점의 날 등 관련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고, 생애주기별 독서프로그램과 풀뿌리 독서동아리 활동,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한다.

 지난 1993년도 ‘책의 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위기에 놓인 출판계를 살려내고 ‘책 읽지 않는 문화’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정해졌지만, 돌이켜 보니 그저 이벤트성 행사 위주가 많았던 것 같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성인 10명 중 4명이라고 했던가. 지난 1994년 독서율 조사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공통으로 ‘일(공부ㆍ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높았고, ‘휴대폰이나 게임사용’ 등이 그다음 이유로, ‘책 읽기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독서율과 독서량은 줄었지만 독서시간은 늘었다. 무엇을 뜻할까. 책 읽는 재미를 느낀 사람은 계속 책을 찾아서 읽는다는 사실이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한번 책을 읽는 습관이 들면 긴 시간 이어진다는 뜻도 될 것이다.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벌써 4년째다.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평생교육센터나 원하는 모임에서 책을 읽어 주고 가벼운 강의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실황으로 들려주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목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거나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벤트성 행사만으로, 책이라면 고개부터 내젓거나 책만 잡으면 졸리는 사람들이 책 읽는 일이 취미나 습관이 되게 하기에는 당연히 무리다. 그래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진행을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방안에서 실내악 감상하듯 하는 구성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 같은 경우는 3년째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는 위안과 치유의 효과도 꽤 크다고 본다. 암튼, 성인들 역시 책 읽는 습관이나 재미를 알게 하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오십대 이상이 어렸을 때는 특별히 재미난 놀잇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책을 집어 들 확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놀 줄 몰라서 책 읽기를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보면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그런데 지금은 놀 거리가 너무 많다. 게임에 휴대폰에 각종 스포츠에 관심 갖고 뒤져 보기만 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정말 재미나게 빠져들 수 있는 책 외의 것들이 많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종반이지만, 책 읽는 일이 ‘스키 타는 일’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잘 타는 스키선수의 모습은 아주 우아하고 조화롭게 보인다. 물론, 그들도 초심자였을 때는 어색하고 우물쭈물하며 버벅거리고 막혔을 것이다. 특히 어른들이 스키를 처음 배우게 되면 아주 부끄러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실제로 스키는 딱 한 번 타 봤는데 정말 힘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활강하며 계곡을 내려갔겠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걷기 위해서는 어디에 발을 내디디고 어떤 방향으로 가려면 한 발짝씩 어디에 디뎌야 하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스키를 처음 탈 때 완전히 걸음걸이를 다시 배우는 형국이었다. 앞을 보고 무릎을 굽힌 채 움직이는데 체중은 또 스키에 실어야 한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따로 걸음마를 배우지만 턴을 할 때는 동작을 따로 따로 떼서가 아니라 한 동작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따로따로 또 한꺼번에! 몸 활동인 스키가 의식하며 익힌 동작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듯이 해야 하는 것처럼, 정신 활동인 책 읽기 역시, 의식적으로 제대로 읽는 방법을 익혀서 무의식적으로도 책을 읽는 과정이 정신에 딱 붙어있도록 돼야 성공인 것이다. 의외로 책 읽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성인도 많다.

 1년짜리 행사 위주의 ‘책의 해’로 2018년을 기억 속에 남게만 할 일이 아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 머릿수를 세고, 눈에 보이는 스타 작가 잠시 다녀가는 행사용 예산은 이제 그만 썼으면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속도는 느리더라도, 3년, 5년짜리로 책 읽는 법을 제대로 익히는 전략적인 사업들에 예산이 투자돼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든다면, ‘책의 해’가 아니라 ‘책의 해들’이 돼서, 1년은 이벤트성 행사 위주라면 내년, 오는 2020년은 올해 시작한 책 읽기 프로젝트를 숙성시키고 그 성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긴 안목의 사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나 여느 ‘책의 해처럼 기억 속에서만,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책의 해’가 되고 말 것이다. 담당 공무원만 힘들고, 늘 동원되는 도서관이나 평생교육센터 단골 회원들만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다. 한 해 반짝했던 독서율은 다음 해부터 또 하락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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