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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위계폭력 연극계 화 키웠다
제왕적 위계폭력 연극계 화 키웠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8.02.22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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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환경 속 공동작업

‘침묵의 카르텔’ 부추겨

 “오랫동안 묵혀있던 것이 이제야 터진 것이다.”

 최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연극계 성폭력 실태가 민낯을 드러내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연극계 관계자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태는 연극계, 크게는 예술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문제다”며 “긴 시간 수면 아래에 있던 것이 이제야 대중들 앞에 밝혀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라도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연극계는 연출가 1인이 ‘왕’으로 불릴 만큼 제왕적 지배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위계는 폭력을 합리화하며 약자들을 상대로 휘둘러졌고 열악한 창작환경과 맞물려 사태를 키웠다.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의 성폭력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러한 폭력은 무관심 속에 더 가혹하게 행해졌다.

 연극계 한 관계자는 극단의 대표나 예술 감독은 사실상 ‘제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극은 특히 폐쇄적인 환경에서 공동작업을 해야만 하는 특성이 있다”며 “문학 같은 경우는 혼자 작업이 가능하지만 연극은 함께 하는 작업이다.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없으면 작품 연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김재엽 극작가 겸 연출가는 “결과적인 것만으로 평가받는 연극계의 관행 속에서 불합리한 과정과 반인권적인 폭력을 감내해온 수많은 연극인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것이 인정투쟁에 목말라하는 우리의 모습이었다”며 “인정투쟁에서 살아남을 연극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연극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도 무시해 온 우리의 연극이 과연 정당한 연극이었는가 거듭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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