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9:02 (금)
창가에 매달린 수세미들의 합창
창가에 매달린 수세미들의 합창
  • 송다인
  • 승인 2018.02.25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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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다인

너는 창문만 열면 은사시나무처럼 반짝거리고 있니

너는 내게 다가와 문설주에 매달려 커튼이 되고 있니

너는 그릇을 닦는 수세미의 본능을 까먹고 있니

너는 네게 다정한 위로와 배려로 웃으며 속삭이고 있니

너는 오색실로도 모자라 금실 은실로 날 유혹하고 있니

너는 팔순 노모의 손끝에서 창조된 노리개가 되고 있니

너는 생명체이듯 바람 따라 회전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니

너는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만이 세상에 태어날 수가 있니

너는 마실도 못가네 하더니 너무 적은 용돈이 되고 있니

너는 한 올 한 올 엮어져서 장미와 달기와 원피스가 되어 있니

너는 기역자로 꺽어진 아픈 목의 영상으로 지워지지 않고 있니

너는 오늘도 삶의 걸망에 한숨 쉬는 날 여전히 붙들고 있니

너는 햇살이 투영되면 더 오색 찬란히 돌고 돌아가고 있니

너는 부지런한 열정으로 게으른 날 벌떡 일어나게 하고 있니

너는 물젖은 내 손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포옹이 되고 있니

시인 약력

ㆍ1997 국제펜클럽한국본부(펜문학) 등단

ㆍ시집 ‘영도다리’ 외 16권 상재

ㆍ수필집 ‘하늘은 나에게’ 상재

ㆍ한국문협ㆍ부산시협ㆍ한국시낭송회 회원

ㆍ부산문학인아카데미 회원

ㆍ노천명문학상ㆍ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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