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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서 나온 시적 영감을 사진ㆍ글로 표현하죠”
“자연서 나온 시적 영감을 사진ㆍ글로 표현하죠”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25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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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시인은 “올해 중국 하남성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학생들을 상대로 디카시 공모전을 개최해볼 생각이다”는 말로 디카시로 인한 남다른 한류열풍을 구축하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경남이 좋다 사람이 좋다

‘디카시 운동’ 주도

이상옥 시인

2004년부터 ‘디지털 카메라ㆍ시’ 실험

2004년 고성서 ‘디카시’ 용어 첫 사용

창신대 교수 명퇴 후 중국 정주 출발

“시란 우주 담는 그릇이며 최고 문학”

 이상옥 시인을 만난 것은 지난 21일 창원 진동면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서다. 30여 년 넘는 시간 동안 오직 한국의 시와 문학 그리고 고향 고성을 중심으로 경남시문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 시인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디카詩 운동’을 선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이 시인은 1989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해 2007년 디카시론집 ‘디카詩를 말한다’와 ‘그리운 외뿔’ 등 작품을 펴냈다. 창신대 교수를 명예퇴직한 후 그는 중국 정주경공업대학 한국어학과 교환교수와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 소장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다. 특히 디카시연구소에서는 계간 디카시를 발행하고, 디카시 마니아라는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운영위원 30여 명과 카페 회원 수백여 명이 대거 몸담고 있다.

▲ 이상옥 시인의 대표작 ‘고성가도’.

 한 편의 멋진 사진과 아름다운 시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디카시는 전국을 넘어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류열풍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디카시를 내세우겠다는 이 시인의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시를 합성한 디카시는 처음 저의 실험에서부터 시작된 장르였어요. 미디어가 날이 갈수록 진보를 거듭하고 있으면 문학장르도 이에 발맞추는 것이죠. 디카시라는 말은 2004년도 제가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 2007년도에 ‘디카詩를 말한다’라는 시론을 펴냈고, 당시 두 달간 50여 편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인은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 등 시적영감이 느껴지는 것을 사진과 글자로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임을 언급했다. 따라서 시와 사진 각각이 독립적인 특색을 띠고 있는 포토포엠(photo poem)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설명했다.

 디카시는 지난 2016년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새로운 문학용어로 등재되기까지 했으며, 올해는 서동균 시인의 ‘봄’이라는 작품이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한국문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고착화된 디카시는 고성을 발원지로 정착시켰고, 그 결과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기까지 하다. 또한 국내 최대 축제로 꼽히는 진주 개천예술제와 형평문학제, 양평 황순원문학제에는 디카시가 응모부분에 별도로 개설돼 있으며, 이 밖에도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전, 한중대학생 디카시 교류전, 국립중앙도서관 디카시 낭송회, 마산문학관 디카시 기획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아울러 올해 충북 보은 최대 축제인 오장환 문학제에 디카시신인상을 별도로 마련될 것임을 언급했다.

▲ 이상옥 시인이 지난해 발간한 ‘누구나 쉽게 배우는 디카시 창작 입문’.

 “내 수업을 듣는 중국 학생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 사드 여파로 한ㆍ중이 냉각기를 겪을 당시 그 기류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어요. 중국 학생들 대다수가 코리아 드림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별히 그곳 학생들에게 디카시를 정식으로 가르치지는 않지만, 올해 중국 하남성에 있는 한국어를 전공하는 중국학생들을 상대로 디카시 공모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이것은 우리 디카시연구소와 하남성교육자협회와 공동주관하는 행사로, 연구소에 별도로 응모게시판까지 만들 생각입니다.”

 이 시인에 따르면 하남성교육자협회는 지난해 결성된 것으로, 중국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국인 교수와 한국인 교수들이 결성한 단체다. 다음 달부터 오는 4월 중순까지 한 달가량 공모기간을 두고 5월에 당선작을 발표한 후 중국에서 당선자 시상식이 이뤄지고, 8월 말에 경남고성국제디카시 페스티발에 당선 작품들을 전시할 것이다. 또한 이 시인은 미국에도 디카시를 소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디카시로 전하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다는 그의 포부는 헛된 것이 결코 아니다.

 처음부터 시인의 길을 가고자 꿈을 키웠냐는 질문에 이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젊은 시절 목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 당시를 회상하던 시인은 당시의 그 꿈이 ‘시인의 꿈’이었음을 언급했다. 목장 운영의 꿈을 안은 그는 지방의 한 국립대 농대 진학에 성공했으나,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 1982년에 홍익대 교육대학원에 입학해 그곳에서 문덕수 시인을 만났고, 그로부터 시문학의 즐거움을 깊이 깨달은 그는 본격적으로 시인 그리고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인으로 등단한 후의 감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도 저를 기분 좋게 합니다. 시인이라는 칭호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죠. 간혹 사람들에게 ‘시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저는 시만큼 자기 자신을 짧고,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란 저에게 온 우주를 담을 수 있는 것,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장르, 문학의 꽃입니다.”

◇이상옥 시인 프로필

1957년 고성 출생, 1994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

ㆍ경력

1985년 철성고 국어교사, 1999~2013년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2014년 디카시연구소장, 2016년 월간 ‘디카시’ 발행인 및 편입인, 2016년 중국 정주경공업대학교 한국어학과 원어민 교수

ㆍ수상

2012년 제24회 경남문학상, 2007년 제5회 유심작품상, 2004년 제29회 시문학상

ㆍ저서

1990년 하얀 감꽃이 파던 날, 1994년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 2001년 현대시와 투명한 언어, 2002년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 2003년 유리그릇, 2004년 고성가도, 2005년 환승역에서, 2006년 시창작강의, 2007년 디카시를 말한다, 2010년 시창작입문, 앙코르 디카시, 2011년 그리운 외뿔, 2013년 불통의 시를 넘어, 2014년 시창작입문, 2015년 경남현대시인론, 2017년 디카시 창작입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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