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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과 봉사로 세계 곳곳서 참된 인간애 실천하죠”
“인술과 봉사로 세계 곳곳서 참된 인간애 실천하죠”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8.02.26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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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해근 지부장이 구강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열린의사회 부산경남지부

(하해근 지부장ㆍ제성태 고문)

2005년 경남지부 승인 정식 발족

의사ㆍ봉사활동가 등 78여명 활동

긴급구호ㆍ무료수술ㆍ심리상담 진행

“의사들 봉사에 대한 인식변화 필요”

 가난하다고 해서 질병을 치료받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대상으로 의술이 아닌 인술과 봉사로 참된 인간애를 실천하는 단체가 있어 찾아가 봤다. 그곳은 창원 양덕동에 위치한 열린의사회 부산경남지부(부경지부)다.

 지난 2005년 열린의사회 중앙회로부터 정식으로 경남지부 승인 인가를 받은 이곳은 무려 13여 년을 제성태 전 본부장(지난해까지 열린의사회 부산경남지부는 영남지역본부였다)이 이끌어온 곳이다. 보통 의사회라고 하면 의사들이 주를 이루는 단체로 생각되나, 봉사에 목적을 둔 이곳은 굳이 의사 등 정식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입해 의료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 열린의사회 소속 봉사활동가들이 인도 빈민촌 사람들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장기간 이곳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지부장직을 사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시원섭섭함은 있지만, 앞으로 하해근 지부장님이 잘 이끌어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누구보다 봉사 활동에 앞장서고, 열정을 보이는 분이기에 더 큰 발전으로 이끌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지난 9일 하 지부장이 새롭게 취임한 후 제 전 본부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하 지부장은 창원 오동동에 위치한 서울미치과 원장으로, 열린의사회에서 봉사 활동을 한 지는 올해로 8~9년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 발족된 열린의사회는 국내외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긴급구호, 무료수술 및 복지사업, 아동ㆍ청소년 심리 상담 등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주 2회 국내 의료봉사활동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국외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도움을 준 나라 △도움을 줬지만 어렵게 사는 나라 △6ㆍ25 참전 국가 △급한 구조나 도움을 요구하는 나라 등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와도 함께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부경지부는 현재까지 78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의과학대학과 로타리클럽 등 단체와 MOU(업무협약)가 체결돼 있다. 국내 의료봉사는 주로 공단에 거주하고 외국인 근로자와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고, 국외 의료봉사는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빈민촌 그리고 지진이나 홍수, 화산활동 피해 등 극심한 자연재해를 입어 피해복구가 장기간 필요한 국가를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국내를 내버려 두고 해외로만 봉사를 다니냐’며 일부 고깝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봉사를 다녀보면 우리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어지간한 지역 종합병원도 산간 벽촌 등을 중심으로 의료봉사를 다니고, 보건소 인프라도 잘 조성돼 있죠. 섬에는 병원선도 다니다 보니 ‘우리 단체가 굳이 봉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하 지부장과 제 고문에 따르면 가장 최근 김해 지역 공단 내 소속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베푸는 의료봉사 활동에 뜻깊은 의미를 두고 있다.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대다수는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간혹 여권 기한 만료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된 이들도 기꺼이 부경지부에서 보살피고 있다.

▲ 열린의사회 부산경남지부 제성태 고문(왼쪽)과 하해근 지부장.

 하 지부장과 제 고문은 장기간 국외 봉사를 다녔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으로 필리핀 다스마리냐스와 몽골, 아이티를 꼽았다. 이들 나라는 의료시설이나 인프라 등이 상당히 낙후된 곳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고 편리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빈민층은 의료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하 지부장과 제 고문이 몇 년 전 필리핀 다스마리냐스에 살고 있는 아이타 원주민들을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교육인프라가 세계 어느 곳과 견줘도 손색없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마치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두 도시 이야기’ 속 배경처럼 가까운 한쪽은 교육 혜택을 받기 위해 분주하지만, 또 다른 한쪽은 가난과 투쟁하고 있다. 인근지역 화산이 폭발해 3~4만 명 가량의 원주민들이 내민 구조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은 그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하던 중 심한 구순열(언청이) 증상을 호소하는 한 아이를 목격했고, 수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함을 상기했다. 제 고문은 아이를 한국 병원에서 수술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를 비롯한 엄마, 그리고 원어를 통역하는 통역관 모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여권을 만들 수 없는 처지였다. 제 고문은 필리핀 정부에 이들에 여권을 만들어달라 사정했으나, 그들은 출생신고를 하면 만들 수 있다며 별도로 돈을 요구했고, 하는 수 없이 의사회는 사비를 직접 털어 수술받을 아이와 관계된 5명의 여권을 모두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수술 역시도 성공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모두가 외면한 빈민층을 상대로 전기도, 수도도 나오지 않은 곳에서 유엔에 도움을 받아 의료봉사를 펼친 극적인 사실도 언급했다. 그들 나라 대통령조차도 외면해버린 사람들을 진료하겠다는 용기는 감히 두려움도 집어삼켰다. 그곳에서 의사들은 인술을 베푸는 일에, 봉사자들은 지진으로 극심한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에 말벗이 돼주는 것으로 그들 스스로가 역경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시 봉사단에 참석한 하 지부장은 밤늦도록 밀려드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숙소로 환자들을 안내하면서까지 구강질환 등을 손봐줬다고 한다. 아울러 몽골의 경우 열린의사회가 의료봉사를 신청하면 한 달 전부터 방송국 등에서 언제까지 진료를 봐준다고 광고를 한다. 그 광고를 보고 일주일 전부터 말을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의사회 숙소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면서까지 기다리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 모두 “한국 의사들은 ‘굿닥터’”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하 지부장은 “저는 의사가 되기 전부터 봉사에 큰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때마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동료 의사나 후배들에게 그 말을 당부하죠. 지부장이 됐으니 거창한 계획 하나 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저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히 해내고 싶다는 것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야 하는 참뜻을 먼저 알려주고 싶습니다. 특히 의사들에게 봉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먼저 심어주자는 목표를 설정했죠. 열린의사회 부산경남지부는 봉사에 있어서만큼은 남다른 큰 사랑을 베푸는 곳이죠. 나눔과 봉사의 미덕이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할 수 있도록 끝없는 사랑과 관심을 실천하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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