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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ㆍ성동조선 회생 희망 보다
STXㆍ성동조선 회생 희망 보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3.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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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조정 안착 여부에 성패

조선업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

 정부가 위기에 빠진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을 인력감축과 기능조정을 거쳐 회생시키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기로 하면서 지난 2000년 후반부터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성동조선의 기능조정이 얼마나 시장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STXㆍ성동조선 인력감축 기능조정 후 회생

 4일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STX조선과 성동조선을 인력감축과 기능조정을 거쳐 회생시키는 2차 외부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결론은 1차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STX조선은 지난해 1차 외부컨설팅 당시 계속기업 가치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산출된 청산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회생 절차에 따라 1조 1천억 원 규모의 채무가 오는 2022년 이후로 상환이 연기되고 현금과 보유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3천억 원가량 확보할 수 있어 당장 재무적 위기가 닥치지 않을 것으로 채권단은 진단했다.

 정부의 이번 2차 외부컨설팅 이전에 채권단은 이미 STX조선을 살리기로 결정하고 STX조선이 발주한 선박에 선수금지급보증(RG)을 내줬다.

 STX조선은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이다. 내년 3분기까지 일감이 남아 있어 앞으로 계속 수주할 수 있으면 조선소로서 위상을 이어갈 수 있다.

 단, STX조선은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채권단이 RG를 발급해주면서 고정비를 30%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도 이런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비를 이 정도로 줄이려면 현재 1천400여 명인 직원 중 400여 명을 내보내야 한다.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담은 성동조선의 2차 외부컨설팅 결과는 1차 외부컨설팅 결과와 확연히 다르다.

 성동조선은 1차 외부컨설팅 결과 청산가치가 7천억 원으로 계속기업 가치 2천억 원보다 무려 세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결국 성동조선을 청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의 ‘수혈’로 연명해오던 상황이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신규 지원 2조 2천억 원, 출자전환 1조 원 등 그동안 성동조선에 쏟아부은 자금이 3조 2천억 원에 달했다.

 성동조선은 수주잔량이 5척에 불과하다. 채권단이 신규 수주를 못 하게 막았기 때문이라고 성동조선 노조는 주장하고 있지만 수주 절벽은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남은 5척은 성동조선이 지난 2015년 12월부터 시작된 수주 공백 이후 지난해 6월 처음 수주한 선박이었다.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일감이 있어야 하지만 성동조선은 이미 그 단계 밑으로 떨어진 셈이다.

 ◇성동조선, 새 환경에 적응 잘할까

 이번 구조조정으로 지난 2008년 하반기 수주 급감으로 촉발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우조선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사실상 큰불은 정리되고 잔불만 남은 상황이었다.

 관건은 성동조선의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일 것이냐에 달렸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수리 조선은 신조(新造) 조선과 다른 업종이다. 국내에는 수리 조선소가 없다.

 선박 수리 전문업체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조로 돌아선 이후 수리 조선의 명맥이 끊겼다.

 수리 조선은 싱가포르나 필리핀과 같이 해운 선박이 많이 기항지로 삼는 곳에서 발달한다. 선박이 수리를 위해 별도 장소로 이동하기보다는 잠시 정박하면서 수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동조선이 자리 잡은 통영은 물동량이 많은 부산항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수리 조선소의 입지로 나쁘지 않다.

 성동조선이 그동안 해오진 않았던 새로운 업종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문제인 셈이다.

 또 다른 대안인 블록 공장으로 전업은 성동조선이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성동조선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소에 선박용 블록을 납품하던 조선 기자재 업체였다.

 세계 조선업황이 이른바 ‘슈퍼사이클’로 들어가기 전인 지난 2004년 초 신조 시장에 뛰어들며 현재의 조선소로 꼴을 갖췄다.

 블록 제작은 조선의 한 과정이어서 조선소가 블록 공장으로 전환은 어렵지 않다. 물량이 그만큼 뒷받침되느냐가 핵심요소다.

 대형조선소는 자체적으로 블록을 만들어 선박을 건조하고 일감이 많을 때 외주로 블록을 조달한다. 현재 업황이 외주를 줄 만한 상황이 아니다.

 수리 조선이든 블록 공장이든 기능조정으로 추가적인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점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수차례 인력 조정 끝에 성동조선의 직원 수가 기존의 절반 수준인 1천200여 명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되면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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