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8:29 (금)
대통령은 국익 우선해야
대통령은 국익 우선해야
  • 이태균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05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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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어쩌면 불통이 불행의 씨앗을 잉태해 거덜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 지지층에 대한 친화적 통치 스타일은 국내에서 대통령의 인기유지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국제적으로 국익을 고려해보면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문 대통령의 감성 정치는 극적인 홍보성을 가미한 이미지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땐 ‘대통령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울먹이신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적었다.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 때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묵념을 올렸다지만, 사사건건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찾아가 머리 숙이며 유족과 희생자에게 울먹이는 장면은 따뜻한 인간미를 풍길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대통령으로서 위상을 고려해볼 때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이런저런 사고현장을 찾아가 위로하고 위문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국내의 모든 사고현장을 일일이 찾아 갈 수는 없는 것이기에 또 다른 형평성의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성 정치에 익숙한 문 대통령의 언행은 아마도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임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대비시킨 소통 강조도 지금 정부의 중요 홍보 사안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감성 정치도 ‘쇼 기획’에 탁월한 능력자인 탁현민 행정관이 연출하는 작품임을 알고 나면 진실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어쨌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했으니 새 정부의 소통상품은 그런대로 지금까지는 문 대통령의 인기유지에는 기여를 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마치 세월호 사고가 대통령의 책임인냥 날을 세웠던 국민들도 이제는 대형 사건과 사고를 대통령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형 사고를 놓고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진정한 변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화법에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문 대통령의 말에는 맺고 끊음이 불확실한 점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사전에 각본 없이 한다고 청와대 대변인은 강조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대통령의 진솔하고 솔직한 답변, 알맹이가 풍부하지도 않다. 기자형식 파괴의 의미는 있었다손 치더라도 문 대통령의 답변은 전임자의 미지근한 총론과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우리는 시작과 끝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를 일컬어 용두사미라고 한다. 과거 정부와 궤를 달리해 보려고 한ㆍ일 위안부 합의와 이미 배치된 사드 문제, UAE와의 외교 갈등 등을 놓고 국민의 큰 관심을 불러왔으나, 문 대통령은 한 가지도 말끔히 정리하고 매듭지은 것이 없이 공통점이라면 모두 어정쩡하게 봉인하고 말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지층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해 괜히 건드렸다가 뒷감당이 안 될것같아 서둘러 봉합한 것이 아니겠는가.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처럼, 이러한 이슈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예상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문제 제기를 한것이 주변 강국과의 감정만 나빠질 대로 나빠졌고 신뢰만 훼손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전임자의 실패를 즐기는 데서 벗어나야 새 질서를 만들 수 있다. 늦었지만, 문 대통령이 미투 운동 지지를 밝힌 건 다행이나,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경질을 촉구한 탁현민 행정관은 아직도 ‘새 청와대의 실세’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청산은 권력 심장부가 우선이며, 좋은 것만 보여주려는 감성 정치는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청산은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파견 등 준비가 한창이나 남북정상회담도 민족을 앞세운 감성 정치로 접근하면 우리가 얻을 실익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해 대한민국과 UN 요구에 분명한 약속을 하지 않은 채 모양새만 갖춘 대화를 위한 대화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했지만 북한은 답방도 끝내 하지 않았고 두 정상과 약속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한 화해를 위한 후속조치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중단하고 말았다. 우리가 두 번의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퍼다준 돈이 얼마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가져온 실익은 얼마인지 계산 한번 해보고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우리의 국익이 제일 우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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