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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펜스룰’ 또 다른 여성차별 막아야
확산하는 ‘펜스룰’ 또 다른 여성차별 막아야
  • 경남매일
  • 승인 2018.03.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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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 열풍이 불면서 남성들 사이에 ‘펜스룰’(Pence rule)이 확산하고 있다. 성추행과 관련한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자 남성들은 여성들과 불필요한 대화나 만남을 자체를 줄이는 등 성(性)리스크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직사회, 금융계, 유통계는 물론 일반 기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기업체 중에는 근무 시간에 발생하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아예 사무실을 활짝 열어놓고 일을 하는 곳이 상당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근 후에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여성과 회식을 자제하는 것도 모자라 남자 직원들끼리도 술자리를 기피한다. ‘펜스 룰’ 조차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점심시간을 이용하면서 부담을 줄였다. 아침마다 여직원이 커피 심부름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남성들은 불가항력적인 사태에 대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펜스룰로 인해 무의식중에 남성과 여성 간에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펜스룰을 지지하는 남성들은 성범죄 당사자가 되지 않으려는 생존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조직 내 여성 차별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지난달 19일까지 ‘미투’에 대한 감성 반응은 긍정 49%, 부정 51%로 비등했지만 최근 들어서 부정적 감성 반응이 66%(긍정 34%)로 크게 앞서고 있다. 무차별적인 성범죄에 대한 공포로 분노 반응이 높아진 것은 물론 특히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공적인 일에서도 여성을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심지어 여성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펜스 룰’로 인해 남녀 간 성 대립 구도가 생기면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미투 운동은 그동안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받았던 여성들이 평등을 위해 내는 목소리일 뿐이다. 남성들은 ‘펜스 룰’을 앞세워 자신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성범죄를 예방하고 평등사회를 이끌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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