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자주 오르시던 야트막한 언덕에
냉이가 돋았다
호미로 한 포기씩 뽑아 올리니
야실야실 목청 돋우며 기지개를 편다
밤새 내려온 이슬
흙풀로 굳게 발라 두었던 테두리를 허문다
창밖으로 공기가 새어 나가듯
땅속 아귀를 빠져나오는 냉이들
묵은 파편을 훌훌 털어 버린다
동굴 속 어둠은 고요한 기도실
간혹 세상의 소요가 진동으로 들려와도
핏줄로 이어지는 명예로운 질곡은
뼈아픈 고통을 이겨낸 어머니의 묵상처럼
손등으로 흙을 걷어내고 있는 것이리라
산자락에서 적요를 깨는 새의 날갯짓
대지를 위한
기도 시간을 알리고 있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창원대 독어독문학과
ㆍ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독서지도ㆍ심리상담사로 활동
ㆍ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2016년) 발간
ㆍ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2017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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