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43 (금)
시간의 역사 The Brief history of Time
시간의 역사 The Brief history of Time
  • 한 민 이사대우ㆍ경영국장
  • 승인 2018.03.1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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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민 이사대우ㆍ경영국장

 천재가 루게릭 병을 이겨내고 많은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기사 작위를 거절한 채 세상을 떠났다. 확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할지라도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곱하면 된다’ 정도는 알 것이다. 천재가 태어날 확률ㆍ루게릭 병에 걸릴 확률ㆍ시한부 중증 환자가 시한부를 넘어서 50년 이상 살 확률ㆍ물리학에서 큰 업적을 남길 확률ㆍ영국 왕실 기사 작위를 거절할 확률을 곱해보면 소수점 이하의 0의 개수를 감히 헤아릴 수 있겠는가?

 ‘시간의 역사’의 원문 제목에서 Time을 수식하는 문장은 ‘FROM BIG BANG TO BLACK HOLES’이다. 빅뱅에서 블랙홀까지, 즉, 우주의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시간을 ‘간단한 역사’라고 표현한 것이다.

 앞으로 ‘FROM BIG BANG TO BLACK HOLES’을 ‘간단한 역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것을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바로 스티븐 호킹이 유일하며, 이제 영원한 블랙홀 너머의 세계를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칼 샤강이란 사내가 TV에 등장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과 스케일로 과학의 영역으로, 그것도 상상 속의 우주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의, 특히 학생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기억하는데 COSMOS라는 제목으로 두꺼운 책이 나왔을 때, 기존 도서의 크기와 두께를 성큼 뛰어넘었다. 하지만 그동안 없었던 방식으로 방대한 세계를 다루기 위해선 당연한 포맷이라고 수긍했었고, 친구 중에는 두꺼운 책을 구태여 학교에 들고 와서 호들갑을 떨기도 했던 그 당시, 칼 샤강의 ‘코스모스’는 단연 화젯거리였다.

 그리고 ‘코스모스’는 그 이후로도 대한 국민이 가장 많이 읽은 과학교양서의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적어도 ‘시간의 역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데 기존의 책 모양으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라고는 하지만 꽤 난이도는 있는 편이다.) 풀어쓴 ‘시간의 역사’가 나오자 세상은 스티븐 호킹으로 칼 세이건(칼 샤강을 어느새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을 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재밌는 것은 ‘시간의 역사’의 서문을 칼 세이건이 썼다는 사실!

 상상이 가는가! 우주를 논하면서 물리학자가 우주과학자를 넘었다는 사실을!

 ‘시간의 역사’에서 최선을 다해서 쉽게 쓰려고 했지만 절대로 생략할 수 없었던 유일한 공식, E=mc square를 지적하며 “이 공식이 없었으면 책이 두 배로 팔렸을 것”이라는 그의 조크는 유명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가기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간의 역사’는 1천만부가 넘게 팔렸다.

 물리학자인 레오르나도 물리디노프와의 공저로 발표 된 이 책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Brief’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을 위해 가급적 쉽게 쓰려고 했던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삶은 그렇게 ‘Brief’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촉망받는 과학자이며 조정 선수이기도 했던 소위 킹왕짱 천재에게 날벼락같이 골근육계의 마비가 진행되는 루게릭 병이 찾아온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엄청난 멘탈의 소유자인 호킹은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컴퓨터 합성 음성으로 대화를 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블랙홀 관련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했으며 열정적인 강연과 많은 연구결과를 남겼다.

 그러나 순수과학 분야에 투자 금액이 박하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수여하는 기사 작위를 단칼에 거절했고 천재적인 연구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지만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정리 혹은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 즉, 이론으로서만 존재할 뿐이어서 노벨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웅의 아쉬운 생의 마감에 전 세계가 모두 한 마음으로 애도를 하는 가운데 시한부 인생을 55년 동안 지탱했던 위대함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한 블랙홀 너머의 항해에 경의를 표한다.

 얼마 전 그의 전기를 그린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나서 오랫동안 그에 대해 다시 추억하며 여전히 열정적인 모습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쿠킹호일을 볼 때마다 떠올랐던 천재 물리학자 호킹! 극한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생각으로 방정식을 풀어버리는 돋보기 안경에 긴 입꼬리 미소 천재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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