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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는 민주주의 쪼개기나 다를 바 없다
2018년 03월 25일 (일)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jkpark@kndaily.com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6ㆍ13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15개 시ㆍ도의 선거구 획정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선거구 짬짜미’로 군소 정당의 의회진출을 막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남을 비롯해 각 시ㆍ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표의 등가성을 반영하기 위해 2인 선거구를 줄이는 대신 3ㆍ4인 선거구를 늘리는 내용의 획정(안)을 내놨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담합해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경남의 경우, 2인 선거구를 64곳으로 늘렸고 3인 선거구는 28곳, 4인 선거구는 4곳으로 줄였다. 경남도는 2인 38개와 3인 32개, 4인 14개로 하는 획정(안)을 경남도의회에 넘겼지만 공수표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의 이중성도 논란이다.

 경남에서는 쪼개기를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쪼개기를 주도하는 등 짬짜미가 도를 넘었다. 그 결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도는 4인 선거구가 1곳도 없다. 4인 선거구는 전남 11곳, 경남 4곳, 광주 강원 충북이 각 2곳, 경북 1곳으로 비난받는 경남도의회가 되레 전국 2번째로 많다.

 보수와 진보로 정책마다 추구하는 이념이 전혀 다른 두 정당이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짬짜미란 것에 소수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한국당과 민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의회를 독점해왔던 두 거대 양당의 시ㆍ도 의원들이 소수 정당의 진출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사사건건 싸우는 두 당이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똘똘 뭉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대 양당이 2인 선거구를 채택하면서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의 진출을 막고 기득권의 벽을 더욱 공고히 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천34개 지역구 중, 2인 선거구가 612개로 절반을 넘었지만, 4인 선거구는 29개로 3% 정도다. 이런 구조에서 선거는 당선자 2천519명 중 2천195명(약 87%)이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대한민국 정치를 좌우하는 양대 정당이 각 지역의 기초의회까지 독점해온 결과, 지역 정치에서 조차 견제가 사라지고 각종 비리가 끊이질 않고 기득권 정당 이해관계에 풀뿌리 민주주의는 멍들어 간다.

 지난 2006년 소선거구제였던 기초의회 선거구제가 중선거구제로 바뀐 것도 이러한 폐단을 청산하고,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 정치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견제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갈지자다. 국회의원 선거구 내에서 국회의원들이 광역의원 선거구를 만들고, 광역의원들이 다시 기초의원 선거구를 확정하는 구조여서, 선거구가 공천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방의원을 국회의원과 정당에 종속되게 만든다. 또 국회의원이든 지역의원이든 선거구 획정을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국회, 광역, 기초의회 등 모든 선거구 획정은 중앙선관위 등 별도의 독립기구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없어져야 할 지역구는 남기고, 수족 노릇을 할 의원 수를 늘리는 행태를 없애려면 독립기구가 절실하다.

 일당이 지배하는 지방의회로는 경남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남의 발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참여하고 능력 있는 정치 신인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 올해 6ㆍ13 지방선거는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야가 바뀌었고, 국회에서는 다양한 원내정당이 존재한다. 경남도에서도 현재 다수당인 한국당은 여당이 될지, 야당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지지도에 기대어 지방정권 교체와 함께 지방의회 진출의 확대를 기대하고 소수정당도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반발 심리에 기대는 등 경남 정치지형에 어떤 변화가 올지 알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인 선거구 쪼개기가 곧, 민주주의 쪼개기란 인식이 도민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현실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전국 각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담합을 벌이고, 지방자치와 우리 정치를 수십 년 뒤로 후퇴시키고 있다”며 “겉으로는 서로 으르렁대지만 뒤로는 야합하는, 이 적대적 공존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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