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26 (금)
이제는 별이 되어
이제는 별이 되어
  • 이주옥
  • 승인 2018.03.27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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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21세기 물리학의 천재라 불렸던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 그가 지난 14일,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구와 인류를 가장 사랑하고 걱정했던 사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위기의 인류와 지구를 위해 논문을 쓰고 걱정을 하다 떠났다.

 그는 생전에, 수십 년 뒤 인류에게 닥칠 재앙과 도전해야 할 거대한 과제와 지구에 닥칠 위협에 대해 누누이 강조했다. 특히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향후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라고 했던 말은 그의 사후에 더욱 관심이 가고 의미가 깊어졌다.

 지구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는 그의 연구 결과와 학설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몸소 체험하고 있는 사실에서 더 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4계절의 확실한 구분이 장점이었다. 오랜 세월 그런 환경 속에서 길들여져 왔으며 그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했다. 하지만 어느 날 확실히 짧아진 봄가을과 갈수록 더해지는 여름의 고온, 겨울의 혹한이 분명한 지구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비교적 정확한 24개의 절기는 우리들 삶을 갈무리하는 저울이었고 잣대였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계절에 따른 조석의 날씨, 조수간만의 차는 일정했기 때문에 오차 없이 농사를 준비하고 일상을 꾸려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뒤죽박죽이다. 봄인가 싶어 땅을 일구고 파종 시기를 잡고 농사 준비를 하지만 3월 하순에 느닷없는 폭설이 내려 농민은 물론, 일반인들의 일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긴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꽃 몽우리 펼칠 날만 기다리던 식물들도 화들짝 놀라 허둥대지 않을까싶다. 또한 사람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아마 이런 기후 변화가 호킹 박사가 말하는 인류 종말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지구를 지키자는 구호와 함께 ‘자연은 사람보호, 사람은 자연보호’라는 노래까지 만들면서 지구에 대한 걱정을 한지는 실로 꽤 오래됐다. 인류가 살아남는 길은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화와 발전보다는 자연을 귀히 여기고 보존하는 길이라는 선각자들의 염려는 실로 진심이었을 터, 이제 문제점이 드러남에 그 동안의 방심과 방관이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호킹 박사는 “지구온도는 400도를 웃돌 것이고 결국 황산비가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는 인공 지능 시대까지 도래하면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고 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곧 인류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일 것이다. 가까운 예로 대부분의 것들이 기계에 의해 자동화가 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이미 시작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그저 우리의 육신이 편하고 실책이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자동화에 환영하고 과학자들의 공로에 환호했다. 그것이 결국 우리들을 옭아매는 자충수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지구는 인류가 존재함으로써 가치가 있고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보호하지 않고 방만하게 안주했던 까닭에 이제 우리는 그곳에서 쫓겨나야 할 판이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만 아니면 지구는 영원히 평화로울 것이며 푸를 것’이라고.

 그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앓으면서도 끝없는 연구를 하고 지구를 걱정하고 인류의 앞날을 염려했다. 그는 영국식 유머의 창시자였고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감수성과 언어와 시선을 가진, 지구상 75억 인구 중 가장 위대한 천재이며 물리학자였다. 물론 자유롭지 못한 육신이 그의 능력에 한계였는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명석했고 유머감각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이자 사슬은 아마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이 활용하는 시간도 붕괴돼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인류는 사라지고 지구도 사라질 것이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76년의 시간을 가장 위대하게 사용하고 떠났다. 애초 2년을 선고받았던 그는 무려 50년을 더 살았다. 시간이 위대한 학자에게 주는, 최대한의 호의였을지 모르겠다. 그는 이제 그의 시간을 거두어 블랙홀로 들어가 안식을 취하고 있으리라. 아니 어쩌면 그는 그곳에서 인류 회생과 지구의 건재를 위해 끝없는 염려를 하고 있을까. 그러면서 다시 인류평화와 지구 공영을 위한 대안을 그 블랙홀을 통해 토해 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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