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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사는 법, 아모르 파티
2018년 03월 28일 (수)
김혜란 7618700@kndaily.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삶에서 열정이 빠져나간다고 여길 때마다 떠올리는 영화 장면이 있다. 변호사인 한 남자가 회의시간 내내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듣고 있다. 드디어는 마주 앉은 친구에게 혀를 낼름거리며 웃음을 유발한다. 어제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슈퍼에서 물건을 산 후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짓, 미소를 지으며 점원에게 외친다. “감사해요 땡큐!” 법원 건물 내부를 찬찬히 바라보며 동료에게 말한다. “이곳 너무 멋지지 않냐?”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일터다. 선고가 끝나고 고생한 판사에게 노고를 치하하며 포옹한다. 역시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귀갓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에서 흘러나올 정도로 크게 음악을 듣는 사람 옆에서 어제는 인상을 쓰며 못마땅해했지만 오늘은 음악에 맞춰 록커처럼 헤드뱅잉하며 즐긴다.

 영화 ‘어바웃 타임’ 속 남자주인공이 하는 행동이다. 자신 기억 속 과거 시간을 거슬러 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는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써서 삶을 만족스럽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을 거스르면 뭔가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어긋나는 부분을 발견한다. 고민 끝에 시간을 거슬러 살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어떻게 사냐고? 바로 순간순간을 더 많이 느끼고 더 크게 감동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산다면 시간을 거슬러서 타임리프 따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정말 시간을 뛰어넘고 싶은 일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이다. ‘아, 내가 왜 그랬지? 진짜 다시 돌아간다면 그따위로 하지는 않을 거야…, 이미 늦었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후회하며 아까운 시간을 죽이고 마음을 앓는다. 그냥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될 일을 되씹고 절망하며 보낸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중년들은 물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활력 주는 노랫말과 EDM을 섞은 트로트 분위기가 사랑받는 요인이다. 차트를 역주행한 곡 중 하나다. 힘들고 지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힘과 활력소를 주기 위해 만든 노랫말이라고 작사가인 이건우가 밝혔다. ‘아모르 파티’의 작곡자는 윤일상이다. 90년대에 가사도 멋진 댄스곡들을 만들어낸 천재다. 이번에도 트로트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점에 젊은 세대들이 폭발적인 애정을 보냈다.

 일본에서 ‘엔카의 여왕’으로 인정받은 김연자가 만신창이가 돼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화가 났다. 그는 평생 노래밖에 몰랐고 남편은 그의 모든 노력의 결과물을 탕진하고 없앴다. 저렇게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혼을 불사르는 가수는 왜 일상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결혼생활에서 불행해질까. 하지만 그것은 내 기우였던 것 같다. 노래를 만든 사람의 공도 컸겠지만 김연자는 이 노래만큼 삶을 업그레이드시켰다. 2018년 올해 나이 60! 현재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지금, 행복해 보인다. 노래의 힘을 조금만 훔쳐보자.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는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니체의 사상을 담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위버맨쉬’, SUPERMAN을 주장하던 니체다. ‘삶은 뛰어넘어야 할 그 무엇’이라고 말하던 니체가 왜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했을까. 늘 의문이었다. 김연자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배신감에 치 떨리는 결혼생활을 했지만 일단 털고 인정하고 일어섰다. 다시 사랑도 시작하고 지금 주어진 삶, 가수라는 운명을 사랑하며 열정 넘치는 노래를 부른다. 그런 김연자가 내게는 니체다.

 누구나 멋진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 선택할 수 있다면 부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은 단 한 번 주어지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 현실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돌이키려고만 한다면 괴로움만 가득할 것이다.

 노래는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삶을 어쩔 수 없어 하며 산다면 그건 지는 거’라고. 실패한 사랑은 아프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다.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받아들이자. 그러다 보면 새로운 사랑도 찾아올 것이다. 오늘의 하루가 괴로움으로 얼룩졌다면 그냥 놔두자.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놔두는 것이 현명하다. 대신 실패한 사랑, 괴로운 하루를 거부하지 말자. 아픈 삶 또한 내 것이다. 이것이 삶에 대한 긍정이다. 긍정은 내일을 다르게 만들 가능성을 낳는다. 때때로 대중가요는 철학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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